먼저 어떤 보험을 지킬 것인가. 보험전문 시민단체 ‘보험소비자연맹’의 조연행 사무국장 겸 상근부회장이 최근 펴낸 <보험 시크릿>에서는 ‘이런 보험계약 절대 해약하지 마라’라며 해약 금지 유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확정이율형 고금리 상품’. 연 3~4%대의 저금리 시대인 요즈음에도 가입 당시의 고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므로 만일 해약한다면 다시는 이런 상품을 가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82년 7월 20일 이전에 계약한 종신연금 백수보험 등은 12%였다.
두 번째는 ‘필수 생계 보장형 상품’. 암·상해보험 등은 저렴한 보험료로 특정 위험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액 보장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계속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정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생계형 보험마저 없이 암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게 되면 가정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최소한 이런 상품은 남겨두어야 한다. 특히 암보험은 가입 후 90일이 경과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젊었을 때 가입한 상품’. 생명보험은 연령이 많아질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젊었을 때 저렴하게 가입한 상품을 일시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고 해약해 버리고 차후에 다시 가입하려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네 번째는 ‘건강이 나빠지기 전 가입한 상품’. 가입 당시에는 건강해 보험 가입에 문제가 없었으나 가입 후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에 걸리거나 건강이 나빠진 경우에는 현재 가입하고 있는 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차후에 형편이 나아져 다시 가입하려 해도 거부당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위험직종으로 바뀌기 전 가입한 상품’. 가입 당시에는 사무직 등 비위험직이었다가 영업적으로 운전을 하거나 생산직에 근무하는 등 위험 직업으로, 또는 업무가 바뀌었다면 종전에 가입한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위험직은 보험 가입에 제한이 많거나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보험 시크릿> 저자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 가입은 경제적인 능력과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꼭 필요한 상품을 선택, 무리하지 않게 소득의 7~10% 범위에서 가입하는 것이 좋다”며 “만일 가계 사정이 극도로 좋지 않아 부득이 보험료 지출을 줄여야 할 경우에는 보험 계약 유지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때마침 인터넷 보험포털 ‘인슈넷’은 최근 ‘불경기 때 보험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9가지 요령’을 올렸다(만기환급금이 있는 장기손해보험 및 생명보험 상품에만 해당). 이 가운데 다섯 가지만 소개하면 우선 ‘보험료 자동대출 납입 제도’가 있다. 보험료를 내지 못하게 되면 보험사로 자동대출 납입 신청(1년 단위)을 할 수 있다. 이때 보험사는 해약환급금으로 보험료를 낼 수 있는 기간까지 계약을 연장시켜 준다. 주의할 점은 자동대출도 이자가 발생하며, 대출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이 해약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 계약이 실효된다.
‘보험료 납입 일시중지 제도’ 기능이 있는 보험 상품이라면 기본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을 수 있다. 장점은 자동대출 납입 제도와 달리 이자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러면서도 보장은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보험사가 정한 의무납입기간(통상 18개월 또는 2년)이 경과해야만 하고 해약환급금으로 보험료의 대체납입이 가능한 기간 동안만 이용이 가능하다.
‘보험을 일단 실효시켰다가 부활’해도 된다. 보험료가 연체될 경우 해약하지 말고 그냥 놔두면 자연히 보험 계약은 실효되고 2년 이내에는 부활할 수 있다. 부활을 할 때는 연체된 보험료와 그에 대한 이자까지 모두 납입해야 한다. 계약을 부활할 때도 처음 가입할 때와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실효기간 동안 피보험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보험사가 거절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종신보험 계약자라면 계약의 종류를 변경하는 ‘감액완납제도’가 있다. 계약의 종류를 아예 변경하여 계약을 유지하는 것인데 이는 종신보험의 보장금액을 감액하여 차회 이후의 보험료를 완납하는 것을 말한다. 보장금액의 감액 수준은 감액완납보험으로 변경하는 시점에서의 해약환급금에 따라 달라지고 감액완납보험으로 변경했다가 원래의 계약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
역시 종신보험용으로 ‘연장정기보험제도’가 있는데 차회 이후의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는 대신에 종신보험을 정기보험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단 정기보험으로 바꾸기 때문에 종신보험과 달리 보험기간의 만료일이 정해지고 보장기간이나 보장금액은 변경 시점의 해약환급금에 따라 종신보험의 가입조건과 달라진다. 다시 원래의 종신보험 계약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
만약 보험을 해약할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 사무국장은 “종신보험 등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상품과 중복 보장되는 것들의 해약을 먼저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필수 생계 보장형 상품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