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은 회장. | ||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그룹은 일체의 외부 행사를 자제한 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10월 21일 현정은 회장 취임 5주년과 마찬가지로 18일 금강산관광 10주년을 특별한 외부행사 없이 차분하게 보낸다는 방침이다. “이벤트성 행사를 자제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차분히 미래를 대비한 다각적인 준비를 하자는 게 현정은 회장의 뜻”이라고 현대그룹 측은 설명했다.
사실 지난 7월 금강산 사고 이후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의 물밑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발생 직후, 정례 사장단 회의를 즉각 갖고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금강산관광 일시 중단에 따른 현대아산의 매출 차질을 전 계열사의 매출 극대화로 보전하고 올해 경영목표를 오히려 초과 달성하자”는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그룹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10%, 6% 이상 초과해 각각 12조 3000억 원, 8800억 원으로 설정했으며, 그룹 전체 투자규모도 1조 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4% 늘려 잡았다.
일단 이번 3분기 계열사 실적을 놓고 보면 올해 비상경영 목표 달성은 청신호가 커졌다는 게 그룹 측 분석이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 2694억 원, 2149억 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68.7%, 129.6%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인더스트리얼 인베스터스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북방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룹 측은 이를 통해 현대그룹이 러시아 등 북방지역에서의 에너지자원 개발사업, 신항만 등 사회기반시설(SOC) 개발사업, 해운 및 물류 협력사업 등에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관광 중단이라는 악재를 만난 현대아산의 경우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활발히 펼치면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직원 재택근무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금강산관광 재개를 대비해 25명의 현지 인원을 금강산에 상주시켜 등산로 안전시설 보수, 협력업체 관리 등을 유지케 함으로써 언제라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두 분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들고 남북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는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해나가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와 별도로 미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다방면의 사업들을 꾸준히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의 ‘희망찾기’가 결실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