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만났다. 로이터/뉴시스 | ||
이번 순방기간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이 바로 삼성과 현대차, LG 간의 광고 전쟁이다. 특히 남미 브라질과 페루에서는 대통령 특별기가 도착한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 곳곳에 이들 세 기업의 광고가 걸려, 여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기업마다 광고 방법은 달랐다. 삼성과 LG는 이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직접적인 문구를 내세웠지만 현대차는 투싼과 카렌스 등 제품 광고를 내거는 등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삼성은 브라질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에서 대로변 대형 옥외 광고판과 버스 정류소에 이 대통령 사진 옆에 ‘Bem-vindo(환영합니다) presidente Lee Myung-bak’이란 현지 언어 광고를 내걸고 이 대통령을 환영했으며, 페루에선 대통령 숙소인 셰라톤호텔 대로변 맞은편에 현지 언어로 대형 환영 옥외 광고를 세웠다. LG의 경우 공항 인근에 태극기와 브라질 국기 아래 한글로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브라질 방문을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난 9월 러시아 방문 때도 모스크바 곳곳에 이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대형 옥외 광고를 했으며 이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이었던 4월 미국 방문에는 뉴욕과 워싱턴의 유력 일간지에 이 대통령 환영 전면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광고가 약발이 먹혔는지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 다음 순방지인 페루 리마에서 경제사절단 만찬을 갖고 룰라 대통령이 부러워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기업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이 정상회담 도중 ‘한국 기업들이 부럽다. 이 대통령 사진이 브라질 길거리마다 걸려 있더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은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했다”면서 “우리 기업인들이 세계 방방곡곡을 도전과 개척 의지를 갖고 나와 있는 데 감사한다”며 경제사절단을 치켜세웠다.
당초 이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은 ‘국빈’이 아닌 ‘공식’ 방문으로 브라질리아공항에 도착해서도 별다른 환영식이 없었다. 룰라 대통령도 처음에는 이 대통령의 방문을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은 듯했다. 이 대통령 역시 페루 리마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동하는 대통령 특별기 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룰라 대통령이 사실은 처음에 만났을 때는 나라도 크고 자기네는 브릭스(BRICs)에 들어가니까, G13에 들어가는 나라이고 이런 자존심을 좀 갖고 있는 거예요”라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정상회담 말미에 룰라 대통령의 태도가 확 달라진 것은 기업들의 이 같은 광고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마다 이 대통령의 얼굴을 내건 ‘MB 마케팅’을 한 삼성의 노력이 이번 브라질에서 빛을 발한 셈이다.
▲ 브라질 거리에 걸린 삼성의 간판과 LG의 현수막. 아래는 페루의 스포티지 경찰차. | ||
대통령 특별기를 타면 여러모로 특별대우를 받는다. 우선 탑승을 물론 내려서도 현지 공항의 수속 없이 경호처의 간단한 검색만 받기 때문에 입국 수속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다. 또한 대통령과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현지 경찰의 경호를 받아 신속하게 호텔로 이동할 수 있어 시간도 절약된다. 시차로 인해 고생하는 기업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배려는 없는 셈이다.
특별기 1등석에 앉아 있던 정부 고위 관계자 네 명은 기업인들에게 밀려 비즈니스석으로 내려앉았다. 리마공항에 도착한 이후에도 이 대통령 지시에 의해 기업인들에게는 승용차가, 수행원들에게는 밴이 각각 배정됐다. 기업인들은 수행비서와 함께 승용차편으로 호텔까지 이동했지만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 네 명은 실무진용 밴을 타고 호텔까지 와야 했다.
브라질에서 삼성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페루에선 현대차가 단연 부각됐다. 이 대통령이 페루 현지 교민들과 함께한 동포 리셉션에서 현지 경찰차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직접 거론한 것.
이 대통령은 이날 리셉션에서 “오늘 (공항에서) 들어오면서 보니까 내가 탄 자동차는 중국차인데 앞뒤로 경호하는 차는 현대·기아차더라”면서 “현대·기아차가 우리 앞에 경호를 하는데 내가 앉아서 보니까 내가 탄 차보다도 앞에 가는 경찰차가 더 낫더라”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는 페루 정부의 공식 요청에 따라 지난 2월 투싼과 스포티지로 구성된 경찰차 100대를 기증했다. 일본 등에서 기증한 경찰차도 있지만 때마침 투싼·스포티지 경찰차가 이 대통령을 경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정상들이 타는 차를 기증한 것 같고 우리는 경찰들이 타고 있는 차를 기증한 것 같은데 우리가 대수를 더 많이 줬을 것 같다”면서 “정상은 타지 않아도 더 잘 된 것 같다. 외국 정상이 와서 타고 본국에 돌아가면 중국차인지 모르지만 경찰들이 자꾸 타고 다니면 ‘야 한국 차 좋다’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동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 두산중공업과 SK는 이 대통령이 대신 ‘비즈니스 상담’을 해주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페루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두산중공업이 담수화에 관한 한 세계 1위의 기술을 갖고 있으니 남미 최초의 발전 담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고 “SK가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어 카미시아 광구 인근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