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것은 한화그룹이다. 계열사인 대한생명의 투자액이 5000만 달러(약 650억 원), 한화투신운용 투자액이 600만 달러(약 78억 원)다. 이 중 대한생명의 경우 한 해 순이익이 3587억 원(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에 이르니 회사가 흔들릴 정도는 아닌 셈. 그러나 대한생명의 상장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지금을 마련하려던 한화 입장에선 제법 충격이 될 듯 보인다.
630만 달러(약 82억 원)를 투자한 삼성투신운용은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이 각각 지분 65.27%, 5.48%를 보유한 회사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아들 이재용 전무도 이 회사 지분 7.70%를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삼성투신운용 지분 보유를 통해 적지 않은 배당액을 수령했다. 삼성증권엔 121억 원, 삼성생명엔 10억 원이 배당됐으며 이재용 전무도 14억 원을 챙겼다(세전 기준).
삼성투신운용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6억 원이다. 이번 다단계 피해로 치명적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익 저하로 삼성그룹의 돈줄 역할을 해온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그리고 황태자 이재용 전무에 돌아갈 내년 배당액이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00만 달러(약 78억 원)를 투자한 한화투신운용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2억 원이었으므로 지난해 벌어들인 돈의 두 배나 되는 금액이 풍전등화에 놓인 셈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72억 원을 기록한 하나UBS자산운용도 메이도프 관련 펀드에 투자한 액수가 680만 달러(약 88억 원)에 이르러 손실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메이도프 투자로 된서리를 맞은 국내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형 증권사가 보유한 회사들이다. 한국투자증권과 한화증권이 각각 한국투신운용과 한화투신운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증권은 삼성투신운용의 1대 주주다. 현행법상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가 상호 지분 보유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몇몇 대기업은 증권사를 처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벌들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증권사 소유 의지를 놓지 않았던 배경 중 하나는 내년 2월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 대한 기대였다. 자통법을 통해 증권사의 지급 결제 기능이 허용되면서 증권사를 ‘소은행’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대감이 컸던 셈. 그러나 이번 메이도프 파문으로 국내 투자회사들이 손해를 보고 이 여파가 대주주인 증권사들에게 미칠 전망이라 증권사를 애지중지해온 대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박탈감을 줄 법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