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해라는 말답게 대다수의 종목들이 한 해를 하락으로 마쳤지만, 이런 악재 속에서도 주가를 끌어올리며 기염을 토한 종목도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거래된 종목은 모두 853개. 이 가운데 94.72%에 해당하는 808개 종목은 2008년을 하락으로 마쳤다. 그렇지만 42개 종목은 상승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증시 침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3개 종목은 주가 변화가 없었다).
코스피시장에서 우량주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세방전지다. 세방전지의 2007년 말 종가는 6620원이었지만 2008년 종가는 1만 5300원으로 무려 131.12%나 올랐다. 자동차 축전지 제조업체인 세방전지가 이처럼 선전한 것은 실물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영업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2008년 3분기까지 세방전지의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43% 늘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에 비해 765% 급등했다. 배터리 원재료인 납 가격이 고점대비 60% 이상 떨어진 것이 실적 향상을 도왔다.
2008년 한 해를 달궜던 하이브리드카 종목인 삼화전기와 삼화전자도 100% 안팎의 상승을 보였다. 하이브리드카 종목은 2007년 평균 63달러였던 유가가 2008년 150달러까지 오르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나서서 하이브리드카 개발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후 실물경기 침체로 유가가 3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위기에 처했지만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경기부양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녹색성장을 내세운 덕분이었다.
한전KPS도 50% 이상 오르는 강세를 나타냈다. 한전KPS의 선전은 약세장에서는 역시 경기방어주(공공재나 생활필수품 등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가 강세를 보인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것이다. 영화업계의 과점기업으로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인 CJ CGV도 2008년을 상승으로 마무리했다.
세방전지에서 알 수 있듯이 역시 코스피시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실적이 주가 상승의 최우선 조건이었다. 원양어업업체인 신라교역은 2008년 두 배가 넘는 이익성장 기록이 예상되면서 주가가 30% 이상 올랐다. 동원산업도 2008년 한 해 동안 20% 이상 주가가 뛰었다. 동원산업은 2008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8%와 9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해화학도 실적에 힘입어 20%대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남해화학은 2008년 제45회 무역의 날에 ‘비료수출 3억불탑’과 대통령 표창,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할 정도로 높은 실적을 자랑했다. 남해화학은 2005년 1억 2100만 달러이던 수출액이 2008년 약 5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평균 104% 증가’라는 엄청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줄일 수 없는 먹을거리 장사 역시 지난 한 해 실적 상승으로 강세를 보였다. 농심은 경기침체에 대표 제품인 라면의 매출이 호조를 이루면서 20%대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빙그레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아예 ‘52주 신고가’(1년간 최고 주가)를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이 3∼7%인 다른 유가공업체에 비해 빙그레는 2008년 영업이익률이 9.7%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경영을 해오고 있다.
건설업계가 부동산 침체로 위기를 맞는 와중에도 남광토건은 실적을 토대로 2008년을 상승으로 마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남광토건은 생림-상동 간 도로건설 공사(750억 원), 김포고속화도로 2공구(585억 원), 충북 괴산군 첨단산업단지 개발(349억 원),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 하부공 축조공사(319억 원) 등을 따내며 연초 목표인 4500억 원보다 높은 4717억 원을 수주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모헨즈처럼 새만금과 4대강 정비사업을 테마로 상승세를 탄 종목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대운하주인 홈센타와 이화공영은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운하 가능성이 다시 살아나면서 40% 이상 뛰었고, 특수건설 역시 상승으로 2008년을 마무리했다. 한국선재도 4대강 정비사업 테마에 힘입어 2008년 한 해 동안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닭고기 전문업체인 동우도 사업장이 새만금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새만금 관련주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난 한 해 동안 130%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세계 3위 규모의 바이오원료 의약품 생산 기업인 셀트리온은 오바마 당선자의 의료개혁정책 수혜를 입을 종목으로 꼽히면서 주가가 200% 이상 뛰며 2008년 한 해를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 BMS사와의 10년 장기계약 체결, 2011년 신약 출시 계획 등으로 오바마 정부의 수혜를 제대로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료기기업체인 큐렉소도 오바마 정부 출범의 수혜가 예상되면서 60% 이상 상승했다. 큐렉소는 세계 최초 인공관절 수술 로봇인 ‘로보닥’(ROBODOC)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는 등 기술에서도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너지 관련주들은 2008년 초를 휩쓸었던 고유가와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이용 합리화정책, 오바마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흐름에 편승하며 상승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미리넷은 자회사인 미리넷솔라가 이탈리아 태양광업체와 1억 7000만 달러어치의 태양광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한 데 힘입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자원메디칼도 2007년 전체 매출의 세 배가 넘는 380억 원어치의 태양광발전시스템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10% 이상 올랐다.
독자적인 태양광연구소를 세우는 등 태양전지 원재료 기술개발에 적극 나선 코닉글로리 역시 7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태양광업체인 오성엘에스티도 60%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2008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원자력발전시설 정비업체인 일진에너지는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개발 방침과 한국-브라질 간 원전사업 강화 논의 등에 힘입어 50% 이상 뛰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