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서둘러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에 주변에 떠다니는 각종 재테크 정보, 특히 부동산에 늘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처가 쪽 지방도시에 미분양 연립주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완공에 미분양이어서 미리 잡아두면 완공 후에 분양이 완료되면 시세가 40% 이상 오를 것이라는 달콤한 전망이었다. 솔깃한 A 씨는 며칠을 고민한 끝에 현장에 가보기로 했다. 직접 가서 보니 위치도 좋고 그런대로 쓸 만하다고 생각하고 그만 덜컥 계약을 하고 말았다. 아내와는 미처 얘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지금 잡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충동구매’의 대가는 혹독했다. 주택가격이 오르기는커녕 건축업자의 부도로 인해 완공이 계속 지연되는 것이다. 완공이 예정일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지다 보니 1년치 연봉에 맞먹는 계약금과 중도금이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완공이지만 일단 이사를 감행했다. 법적인 문제는 둘째였다. 아내에게 면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몇 년간 모아 놓은 자금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생겼으니 앞뒤 따질 형편이 되지 못했다. 일단 불편하지만 생활은 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건축업자와 입주금 반환 협상을 시작했다.
A 씨는 기나긴 협상 끝에 입주 1년이 지나서야 입주금을 되돌려 받고 연립주택을 포기했다. A 씨가 손댄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지인의 권유로 주식 투자도 했다가 역시 마음의 상처만 입었다. 여하튼 그는 그동안 크고 작은 투자 성패를 반복하며 은행대출도 받아 겨우 지방에 105㎡(32평)의 중형아파트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착실하게 저축을 해서 대출금을 갚아나가면서 생활하고 있다.
B 씨는 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않았다. 쓰는 것보다 착실하게 모으고 꾸준하게 저축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B 씨에게도 여러 가지 ‘대박의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기들 사이에서는 답답한 ‘좀생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런 B 씨에겐 운도 따랐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 그는 지금 수도권의 150㎡(46평)의 대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은행의 대출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현재로선 B 씨는 A 씨에 비해 경제력으로 약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C 씨(여)는 중소기업 입사 10년차다. 아직은 미혼. 그렇다고 독신주의자도 아닌 C 씨는 지금 주변에서 매우 부러워하는 이른바 ‘골드미스’로 불린다. 자신의 급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C 씨의 조건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짐작이 된다. 그러나 지금 C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과 저축 이외에도 서울 근교의 토지를 사촌오빠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물론 C 씨는 남들이 하는 표현처럼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초기 그녀는 ‘월급을 모아서 언제 결혼자금을 준비하나, 한참 꾸밀 나이인데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며 자신의 신세를 처량하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생각을 싹 바꾸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결승선에 들어가 봐야 안다’고 말한 것. 그러면서 적은 돈이지만 잘 모아서 목돈을 만들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선배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그날부터 생각을 바꾼 C 씨는 우선 급여에서 꼭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는 전액을 3년 만기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보너스도 무조건 저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회사 업무도 열심히 했다. ‘회사에서 업무로 인정받는 것도 결국 돈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는 막 외환외기를 빠져나오는 시기여서 나이는 어리지만 쉽게 눈을 뜨는 계기도 되었다. 결국 5년 만에 500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모았다. 마침 사촌오빠가 서울근교에 매물로 나온 토지가 있는데 혼자 매입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다며 같이 투자하기를 권유했다.
20대 중반의 여성이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일. 그래서 그녀는 평소 회사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선배에게 긍정적인 답을 듣고서야 사촌오빠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C 씨가 매입한 토지는 그동안 주변까지 개발이 되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 주변 부동산업자와 상담해보니 지금이 부동산 불경기라 매도는 어렵지만 세금을 납부하고라도 최소한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C 씨는 지금까지 꾸준히 저축하고 모아온 돈으로 최근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기로 결정하고 원룸도 임대했다. 그녀는 원룸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저축금액이 웬만한 직장인 연봉 정도라고만 이야기한다. 그러니 직장생활 10년에 1억 원 이상은 모은 것으로 추측된다. 중소기업의 고졸 여직원의 급여만으로 이런 목돈을 모았을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착실함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C 씨는 이제 건전한 생각을 가진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녀라면 분명 성공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급여나 수입을 한탄한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볼 필요가 있다. 작은 수입이지만 차근차근 모은다면 목돈이 되는 것이고 목돈은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 적어도 목돈이 될 때까지는 힘들지만 절약하고 알뜰하게 생활하면 더 큰 기쁨을 누릴 수가 있다. 지금 ‘한방’을 노리고 있다면 정신 차리기 바란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벽돌 한 장 쌓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을.
한치호 재테크 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