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후 1년 증시 성적표를 살펴보면 ‘임기 초 상승, 후반 하락세’ 흐름이 두드러진다.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민선에 의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시작된 이후 대통령들의 연간 증시 성적표는 1년차일 때가 가장 좋았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김영삼 정부 당시 맞은 외환위기로 인해 그 다음해에 높은 성적표를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일 하루 뒤(취임일은 주말로 휴장)인 1988년 2월 26일 주가지수는 635.10p였지만 취임 1년 뒤인 1989년 2월 25일에는 918.60p를 기록하며 무려 44.64%나 급등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이던 1993년 2월 25일 주가지수가 655.61p였지만 1년차를 맞은 1994년 2월 25일에는 919.76까지 뛰며 40.29% 올랐다.
김영삼 정부가 남긴 외환위기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동안 주가지수가 516.38p에서 499.14p로 3.34% 하락했다. ‘국가 부도 사태’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이었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집권 2년차에 무려 73.25%라는 역대 대통령 중 집권연차 최고 주가지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1년차 때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03년 2월 25일 592.25p였던 주가지수는 집권 1년 뒤인 2004년 2월 25일 866.87p를 기록, 46.37% 상승했다.
이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의 주가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당일 주가 성적은 전례 없이 좋았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취임당일 주가가 하락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일에는 상승 축포를 터뜨렸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일 주가지수는 3.30% 하락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2.56%, 김대중 전 대통령 -4.53%, 노무현 전 대통령 -3.90%였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일 주가지수는 1.34% 오르며 1709.13p를 기록했다.
‘경제대통령’ 기치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에 잠재되어 있던 부동산 위기와 금융사 부실 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임기 초 수출 기업과 대기업 위주의 고환율 및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펴다가 된서리를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밀어닥친 금융위기에 취임 초 펼쳤던 고환율과 부동산 완화정책이 겹치면서 환율불안, 부동산 폭락, 유동성 악화, 은행 및 건설사 부실 등이 몰아닥친 것이다. 이로 인해 주가도 폭락, 1년 사이 35% 가까이 떨어져 요즘 주가지수는 1100p선 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게다가 ‘집권 2년차 징크스’를 고려하면 이명박 대통령 집권 동안 증시 성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2년차에 자신의 집권기간 주가지수 최고치를 찍었다. 그런 다음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한 지 1년 2개월이 지난 1989년 4월 1일 1007.77p로 자신의 임기 중 주가지수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임기 시작 1년 9개월이 지나간 1994년 11월 8일 1138.75p에 최고치를 세웠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년 11개월째이던 2000년 1월 4일 임기 내 주가지수 최고치인 1059.04p를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임기 2년차에 주가지수 1000p를 넘겼다. 다만 임기 내 최고치는 임기 5년차이던 2007년 10월 31일 2064.85p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증시 역사상 최고치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년 증시 상승을 이뤄낸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1년 사이에 3년 6개월 넘게 유지해오던 주가지수 1000p선이 붕괴되는 ‘대란’을 겪었다. 게다가 임기 1년 동안 주가지수 하락률이 약 35%나 되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해온 20년 동안 대통령 임기 연차 주가지수 하락률 중 가장 큰 폭이다. 외환위기가 터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권 5년차(1997년 2월∼1998년 2월) 주가지수 하락률 24.37%보다도 10%p 이상 더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주가지수가 대통령 임기를 따라 ‘레임덕 현상’을 나타낸다는 것도 우려할 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시 주가지수는 집권 1년차에 44.64% 올랐지만 이후 2년차 -9.23%, 3년차 -16.91%, 4년차 -8.77%, 5년차 3.72%로 해가 갈수록 힘을 잃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에도 주가지수는 집권 1년차에 40.29% 폭등한 뒤 2년차 -0.78%, 3년차 -5.87%, 4년차 -20.52%, 5년차에는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24.37%를 기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레임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환위기로 인해 -3.34%로 집권 1년을 마무리한 뒤 2년차 73.35% 급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3년차 -32.31%, 4년차 35.22%로 널뛰기를 하다 5년차에 결국 -25.17%로 끝을 맺었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1년차 46.37%, 2년차 15.01%, 3년차 37.00%, 4년차 7.63%, 5년차 16.26%로 집권 기간 내내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잇달아 표현하는 자신감과는 반대로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부양책에도 침체된 실물경기는 아직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뿐 아니라 국내 부동산 문제에서 불거진 유동성위기도 해결됐다기보다 ‘그냥 땅 속에 묻어둔 상태’다.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인 셈이다. 게다가 각 경제연구기관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되고 있어 집권 2년차에도 주가 성적은 그다지 좋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시대적인 고환율과 부동산 위주의 정책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판단미스도 있지만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글로벌 경제 상황도 얽힌 탓에 이명박 대통령 임기 1년 주가가 폭락했다. 하지만 워낙 바닥으로 내려가서 향후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다만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거나 최근 내놓은 녹색성장 플랜의 효과가 떨어지는 집권 3, 4년차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임기 초였던 1700p선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