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한 핵심 경기부양책으로 녹색뉴딜을 내세웠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 경제계 등 각 분야에서 녹색뉴딜 정책의 의미나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증시 하나만 놓고 볼 때는 확연한 부양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자금들이 안정적 투자종목으로 꼽히는 이들 테마주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4대강 정비사업 테마주다. “폐기하기로 했던 대운하의 사전 포석”이라며 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정부가 14조 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키로 하는 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련 종목들의 약진이 눈부실 정도다. 4대강 정비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NI스틸은 지난 연말 2260원이던 주가가 90% 가까이 뛰어오르며 4000원대로 올라섰다.
이 덕분에 NI스틸을 자회사로 둔 문배철강의 주가도 지난 연말보다 80% 가까이 오르며 4대강 정비사업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교량 등 토목용 특수장비 제조업체인 코리아에스이 주가도 4대강 테마를 타고 50% 이상 상승했다.
녹색뉴딜의 핵심인 풍력발전주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풍력발전 종목들은 특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녹색성장 등 세계 각국의 자연친화적인 신성장동력 정책의 첫 번째 과제로 풍력이 꼽히면서 강력한 바람을 타고 있다. 풍력발전 단조제품 생산업체인 용현BM은 지난 연말 1만 9900원이던 주가가 3만 3000원대까지 치솟았고, 현진소재 역시 2만 1900원이던 주가가 3만 6000원대를 기록하며 60% 이상 뛰었다. 평산과 태웅 등 다른 풍력관련주들도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일로다.
역시 녹색성장 테마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카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31.12% 상승률로 유가증권시장 종목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세방전지는 올해 들어서도 정책 테마 덕을 톡톡히 보며 50% 가까이 상승했다. 2007년 6000원대이던 세방전지의 주가는 2년이 지난 지금은 2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삼화콘덴서도 올해 들어 20% 이상 오르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유가가 140달러를 웃돌면서 대체교통수단과 건강관리용으로 떠올랐던 자전거 관련주는 올해 전국 자전거 일주도로 건설 등 정부의 녹색 뉴딜정책 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세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한 해 고유가 바람에 3600원에서 6190원으로 71.94% 상승했던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녹색 뉴딜정책 효과에 올라타면서 9000원대로 올라섰다. 고급형자전거 생산업체인 참좋은레져도 올해 주가가 두 배나 뛰었다.
줄기세포 관련 종목들의 강세도 시선을 모았다. 이들 종목은 정부가 2006년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 이후 연구 재개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악재에도 세계 각국이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외부효과를 등에 업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주들은 지난 6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계획’에 대해 수정·보완 후 재심의 결정을 내리면서 일제히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연말 995원이던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며 2000원대를 기록하고 있고 에스티큐브 역시 주가가 50% 이상 뛰었다. 디오스텍도 올 들어 주가가 30% 올랐다. 이는 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 심지어 중국까지 줄기세포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우리 정부도 더 이상 ‘황우석 충격’에 빠져 연구 재개를 미룰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적인 악재로 인해 테마주를 형성하며 강세를 이어가는 종목들도 최근 눈에 띄고 있다. 특히 연쇄살인범 강호순 검거로 전국적으로 방범설비 설치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강호순 테마주’들이 크게 오르고 있다. 특히 이들 종목의 상승세에는 최근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생계형 범죄가 증가한 것도 힘을 더하고 있다.
강호순 검거 이후 경기도는 강력범죄 상습 발생지역인 서남부 지역에 경찰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CCTV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경기도는 특히 11개 시의 국도와 지방도에 CCTV 342대를 설치하는 등 올 연말까지 1373대를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도지방경찰청도 연말까지 22억 원을 들여 CCTV 265대를 설치하기로 했고 서울시교육청 역시 올해 안에 모든 유치원과 중·고교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러한 CCTV 설치 바람을 타고 보안관련 종목들로 구성된 ‘강호순 테마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CCTV 제조업체인 코디콤은 올 들어 주가가 50% 넘게 뛰었으며 CCTV 특수렌즈 제조업체인 삼양옵티스도 40%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CCTV 관련업체인 아이디스도 20% 가까이 주가가 올랐고 생체인식 관련업종인 슈프리마 역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와 관련한 종목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 중북부 지방에 사상 처음으로 1급 가뭄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중국이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으면서 황사 우려에 커지자 국내 증시의 황사 관련 종목들이 크게 뛰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인 위닉스는 지난 연말 2955원이던 주가가 80% 이상 상승하며 5500원대로 올라섰고, 역시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인 솔고바이오의 주가도 올해 70% 넘게 상승했다. 여과지 전문업체인 크리앤사이언스는 주가가 80% 정도 오르며 2000원대에 진입했고, 에어필터 전문 제조업체인 성창에어텍도 올해 30% 넘게 상승했다. 안과용 의료기기 업체인 휴비츠도 50% 이상 주가가 뛰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강세를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정부 정책과 실적을 꼼꼼히 따져가며 투자처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테마주의 경우 한순간의 바람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처가 뚜렷치 않을 경우 테마주에 일순간에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정책 추진 가능성이 낮다거나 실적과 연결되지 않으면 폭락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면서 “테마주를 고를 때는 이 종목이 과연 지속가능한 사업과 관련이 있는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지, 실적은 물론 재무현황은 안정적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