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과의 원정을 앞두고 소집된 축구 대표팀이 5월 27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빗발을 헤치며 러닝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태극전사들이 다시 뭉쳤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가운데 주장 곽태휘(32·알 샤밥) 등 일부 해외파 4명을 제외한 19명이었다. 그리고 2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출국했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을 때 화제의 중심에는 대표팀 내 최고참 김남일(36·인천 유나이티드)이 존재했다. 그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은 건 2010남아공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대표팀이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면서 김남일은 자연스레 파주NFC와 거리가 멀어졌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장소였던 만큼 낯익으면서도 낯설었다는 후문이다. 치료실과 피트니스 센터를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로 김남일이 자리를 비운 동안 건물 내부 구조도 많이 바뀌었다.
후배들은 어땠을까. 극명히 반응이 엇갈렸다. 예전부터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동국(34·전북 현대) 등 베테랑들은 편하게 대했지만 어린 선수들은 상당히 어려워했다고 한다. 일일이 김남일의 방문을 두드려 ‘알현’했고, 일부 선수는 옆을 지나가는 것도 거북스러워해 일부러 멀리 피해 돌아가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김남일의 ‘홍명보 효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2002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홍명보(현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연수코치)의 모습을 기억한 김남일의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 김남일은 20대 중반을 갓 넘긴 한창의 후배.
“스페인 전지훈련을 하는데, (홍)명보 형이 우리를 모두 부르더니 엄하게 한마디를 했다. 훈련을 제대로 하라는 내용이었는데, 욕도 섞여있었지만 정말 카리스마 있고 인상 깊었다.”
특정 위치에만 쏠린 게 아니다. 포지션도 다양하다. ‘넘버2’ 골키퍼 김영광(울산 현대)은 83년생. 수비진에는 81년생 곽태휘가 있다. 미드필드에는 김남일과 함께 83년생 김치우(FC서울)이 있고, 공격진의 핵심인 이동국이다. 그 외에 20대 후반부 선수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요소요소에 고참들을 뽑았다는 건 그만큼 대표팀이 급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젊은 선수만 모여 있으면 팀 내 분위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자칫 기강이 해이해질 수도 있다. 올해 3월 카타르와 홈경기(2-1 한국 승)에 대비해 대표팀이 모였을 때, 당시 화제는 기성용의 열애설에 집중적으로 쏠렸다. 당시 여론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기성용의 열애를 축하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만큼, 일각에서는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해야 했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솔직히 당시 대표팀이 처한 상황은 좋지 못했다. 자칫 패한다면 나락으로도 떨어질 수 있었다. 집중력이 아쉬웠다. 기대와 달리 경기력마저 좋지 못해 최 감독은 상당히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그렇다고 해서 베테랑들의 대거 대표팀 복귀에 마냥 고운 시선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고참들이 많이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남아공월드컵 직후 본격화됐던 세대교체 작업은 오히려 후퇴해 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처럼 젊은 선수 위주로 꾸려진 대표팀은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부분이 미래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한 축구 인은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은 얼마간 급진적이었어도 언젠가는 그렇게 바뀌어야 할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인정받았다. 당시 활약한 선수들 상당수가 지금도 한국 축구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변화는 좋지만 대표팀에 무게 중심이 고참들에게만 맞춰지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못 하다”고 지적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한번 잘했다고 ‘과거’가 묻히나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하지만 국가대표팀은 인성도 실력만큼이나 중요하다. 행실이 좋지 못해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한 선수들은 국내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사례에서 찾기 쉽다. 더구나 최강희 감독은 단 한 번도 이천수 발탁을 고려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대표팀 엔트리를 추릴 때 참고해온 예비 후보 명단에도 없었다고 한다. 어찌됐든 이천수에게는 검증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기회는 여론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인성과 경기력을 두루 갖췄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