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기자 .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와 유력 축구 전문지 <키커>가 5일(한국시간) 밤부터 6일 새벽에 걸쳐 연이어 보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 깜짝 뉴스는 치밀하지만 예상 밖으로 속전속결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인 클럽들이 레버쿠젠 이외에도 독일 내에서만 바이에른 뮌헨-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으로 아주 강력하고도 매력적인 곳이 많았던 탓에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축구계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분데스리가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은 데 이어 정규리그 1~2위에 오른 빅 클럽들이다.
외부에 알려진 바로는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46억 원), 연봉은 300만 유로(약 44억 원)다. 계약기간은 4년.
레버쿠젠이 뮌헨-도르트문트보다 다소 명성이 뒤진다고 하나 분위기는 더 없이 좋다. 오히려 전혀 나쁠 게 없다는 평가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이 가장 존경하는 한국 축구 ‘살아 있는 전설’ 차범근 SBS 축구 해설위원이 몸담았던 팀이다. 여기에 차 위원의 장남인 차두리(FC서울)도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서 입성했던 곳이라 한국 선수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긍정적이다. “반드시 주전으로 뛴다”고 못 박을 순 없지만 적어도 편견 없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특히 차 위원은 레버쿠젠에서 현역으로 뛰었던 시절, 유럽 무대를 밟았던 역대 한국 선수들 가운데 최다 골(17득점) 기록을 보유했고 손흥민은 그 뒤를 이어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 12골을 몰아친 바 있어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다는 평판을 얻은 손흥민에게 레버쿠젠은 준비된 ‘찰떡 궁합’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손흥민의 이적은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다만 어느 국가로 갈 것이냐, 또 어느 팀이냐가 관건이었을 뿐 원 소속팀인 함부르크와의 결별은 예고된 사안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무수히 많은 클럽들이 오퍼를 던졌지만, 내내 동향만 지켜보고 있다가 5월 초순 본격적인 이적 작업에 돌입한 레버쿠젠이 ‘손흥민 영입전’에서 최후 승자가 됐다.
손흥민은 애초에 함부르크와 계약기간이 2014년 여름까지로, 1년 남아 있었다. 물론 함부르크는 재계약을 강력하게 희망해왔다. 만약 새로운 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채 6개월이 더 흐를 경우, 손흥민은 ‘보스만 룰’에 따라 타 구단과 자유로이 접촉할 수 있고 이적료 없이도 새 팀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선수 권익 보호에 적극적인 유럽 축구계 풍토는 한국 등 타 국가 선수들에게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었다. 그런데 때 아닌 내부 문제가 불거졌다. 첼시(잉글랜드)에서 스카우트 활동을 오래 했던 프랭크 아르네센 함부르크 전임 단장이 물러나는 등 수뇌부 물갈이 작업이 2012~2013시즌 직후 본격화된 것이다. 와중에 함부르크 동료들이 “손흥민은 좀 더 남아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고, 구단도 여러 차례 계약 연장의 뜻을 전하는 한편, 가장 최근에는 280만 유로(약 40억 원) 연봉을 제시했지만 손흥민의 마음을 100% 채울 수 없었다.
손흥민은 이적을 가정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그 중 첫 번째 조건으로는 ‘성장 가능성’이었고, 두 번째 조건은 ‘유럽 대항전 출전’이었다. 이 둘 다 함부르크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함부르크가 오랜 전통을 지녔음에는 틀림없지만 UEFA가 주관하는 대회인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출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손흥민은 두 마리 토끼몰이에 포커스를 뒀다.
하지만 타 리그 진출은 크게 염두에 둘 수 없었다. 당장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언어권과 문화에 익숙해져야 했다. 토트넘-아스널-첼시-리버풀(이상 잉글랜드),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도 그래서였다. 더욱이 손흥민은 잉글랜드보다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쪽에 관심이 더욱 많았다. 그러나 애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빼면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고, 결국 ‘독일 잔류’에 힘을 실어야 했다.
한편 레버쿠젠은 뮌헨-도르트문트에 이어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 자격으로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예정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