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골, 그러니까 결승골이 터진 상황은 다음과 같다. 중앙 수비수 이근호가 상대 공격수의 센터링을 헤딩으로 걷어내려는 순간 우즈베키스탄(우즈벡) 공격수 쇼라크메도프가 이근호 앞으로 잘라 들어오며 날카로운 헤딩슛을 날렸고 골을 여지없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었다.
그렇지만 이근호는 중앙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이고 쇼라크메도프 역시 공격수가 아닌 측면 수비수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골이 들어간 골문 역시 한국이 아닌 우즈벡 골문이었다. 다시 말해 자책골이 터진 것.
정확한 상황은 전반 43분 대한민국의 공격 상황에서 우즈벡 수비수 쇼라크메도프가 한국 공격수 이근호 바로 앞에서 골문 밖으로 걷어내기 위해 헤딩한 볼이 그만 우즈벡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TV 중계 화면 캡쳐
쇼라크메도프의 자책골은 이날 경기에서 유일한 골이 됐고, 대한민국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게 해준 원동력이 됐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이 다소 단조로웠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우즈벡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공격진은 원톱 김신욱을 중심으로 바로 뒤에 손흥민이 서고 좌우에 이근호와 이청용이 포진했다. 김신욱이 장신을 이용해 공을 떨궈 주면 손흥민이나 이근호 등이 이를 받아 골문을 노리는 방식이다.
전반 중반까지는 이런 전력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특히 전반 19분 대한민국 공격진은 공식화된 공격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중원에서 볼을 배급하는 박종우가 패스를 넣어줬고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궈 준 볼을 손흥민이 논스톱으로 이근호에게 찔러준 것. 이런 공식화된 공격 루트는 이근호에게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만들어줬지만 아쉽게도 이근호의 슛이 빗맞으면서 골 찬스는 무산됐다.
사실 이 장면에서도 이근호는 우즈벡 중앙 수비수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슈팅이라기 보단 마치 중앙수비수가 골을 걷어내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 내내 비가 내려 볼이 빗맞은 것이지만 그만큼 이날 이근호는 몸이 무거워 보였다. 이근호는 결국 후반 중반 이동국과 교체됐다.
이근호가 지난 레바논 전부터 이번 경기까지 거듭 정상 컨디션이 아닌 부분은 대한민국 대표팀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