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4주년을 맞았지만 거래가 늘지 않는 등 프리보드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 ||
출범 4년이 지나도록 종목 수가 7개밖에 늘지 않은 프리보드시장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5272억에서 5534억 원으로 262억 원(4.96%)이 늘었다. 이에 비해 코스닥시장은 같은 기간 918개에서 1022개로 104개(11.33%)가 늘어났다. 시가총액도 71조 원에서 78조 원으로 7조 원(9.86%)이 늘어났다.
물론 코스닥시장의 성장률 역시 크지 않고 투자자들의 신뢰도도 많이 추락했다. 하지만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100% 넘는 상승률로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특히 서울반도체 태웅 등 녹색성장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우량 스타 기업들이 탄생해 두세 배의 주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녹색성장 테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코스닥시장이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최근 프리보드의 총 거래량은 2008년과 비교해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 올 1∼5월에 월 거래대금이 10억 원을 넘었던 적은 지난 4월(14억 4000만 원)이 유일했다. 지난 7월에는 22억 원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저조한 양상이다. 반면 지난해에는 10월(9억 1000만 원)을 제외하곤 매달 거래대금이 10억 원을 넘었고, 3월에는 가장 많은 70억 원어치의 주식이 거래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똑같이 겪고도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반면에 프리보드 시장의 침체는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라면서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지원을 위해 프리보드 시장이 지금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프리보드 지정 69개사 중에 지난 5월 전혀 거래가 없던 종목도 무려 17개에 달했다. 월 기준으로 지난 4월에는 프리보드 시가총액이 5193억 원으로 전달 6조 7509억 원과 비교해 채 10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하는 일도 있었다. 친환경 항생제 대체물질을 만드는 네오바이오가 거래부진에 따라 프리보드 퇴출(지정해제)이 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퇴출 직전 네오바이오의 시가총액은 6조 2700억 원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프리보드시장이 얼마나 일부 종목에 편중되고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네오바이오 같은 시가총액 거품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의 경쟁 매매제도와 달리 프리보드가 상대매매를 채택, 매수와 매도가 일치하는 종목만 거래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특히 오늘 거래된 평균 가격이 다음날 기준가가 된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되면서 거래는 없이 호가만 높아지는 종목들이 생기게 된다. 적은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가격만 올라가 오히려 회사나 투자자들이 모두 원치 않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최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는 또 있다. 지정기업들이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라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진입하며 프리보드를 빠져나가는 것. 이 역시 ‘프리 코스닥’이라는 프리보드 역할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잉크 리필키트 생산업체인 프린톤을 프리보드시장 신규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프린톤은 지정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006년 3월 이후 프리보드 신규 종목으로 지정한 업체 34개사 중 18개사가 프린톤처럼 자본잠식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적이 좋지 못했다. 12월 결산법인 56개사 중 절반가량인 25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던 것. 한 증권사 연구원은 “프리보드는 출범한 지 4년이 넘도록 시장 규모나 체질이 사실상 개선된 것이 없다”며 “적자기업투성이인 이미지를 바꾸지 않는다면 프리보드 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갈수록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보드의 구조적인 문제도 침체에 한몫했다. 금융투자협회는 프리보드 출범 초기에 코스닥시장과 달리 진입요건을 쉽게 만들어 일반 투자자보다는 전문 투자자들인 엔젤 및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진입장벽을 높이면 코스닥시장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자본잠식 등 비우량 기업들이 프리보드에 많이 진출하게 되어 오히려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지금으로선 투자자 신뢰 회복과 진입장벽이라는 양대 과제가 상충됨으로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된 셈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난 4년간 프리보드 활성화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홍보뿐만 아니라 신규 기업도 100개 이상 방문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가 미진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게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프리보드 시장의 침체가 올 들어 가중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프리보드 예고지정제 도입 등으로 새 업체를 발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향후 프리보드 시장 체질 개선이 상당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금융투자협회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리보드 지정 기업 수 증가가 정체 현상을 빚자 2008년부터는 지역 산업 육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업발굴과 투자지원을 위해 ‘테크노파크’ 기관과 지난해 4월에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산업기술단지형인 테크노파크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분포해 기업들이 입주에 필요한 생산설비 등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양 기관의 ‘니즈’(Needs)가 맞았던 셈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프리보드 예고지정기업제를 도입했고 테크노파크와 협약을 통해 최근까지 53개 기업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발굴된 기업들이 투자지원을 통해 프리보드 시장에 진입할 경우 프리보드가 서서히 활성화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출범 5주년을 맞는 내년쯤에는 이런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