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관들이 30일 새벽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돌아간 가운데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RO는 2004년 30~40대 젊은 진성당원 200~300명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지하조직이다. 통합진보당 소속 이 의원과 김재연·김미희 의원, 우위영 전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등이 RO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공안당국의 설명이다.
RO는 평소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1년에 2차례씩 전체 회의를 연다. RO의 자금줄은 이 의원이 운영하는 선거홍보 대행업체인 CNP(현 CN커뮤니케이션즈)의 수익금이다. 공안당국은 CNP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최근까지 각종 선거 홍보일감을 수주해 벌어들인 자금이 RO 활동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의원이 가장 최근 RO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이 의원은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RO 조직원 130여 명을 모아놓고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내렸다. 이 의원은 △파출소, 무기고 등 주요 시설 점거 △총기와 폭약 확보 △유류·통신 등 국가기간 시설 파괴 △주한미군 동향 탐지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한국 정부를 ‘적’으로 지칭했고 참석자들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전쟁 상황 속에서 RO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준비 계획을 내놨다. 언론에 공개된 이날 회합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배세력에 60여 년 동안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된다. 쟤들(한국 정부)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온갖 방해 책동 물리적 탄압 공작이 들어올 거다. 오는 전쟁을 맞받아 쳐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이 압수물이 찍힌 사진(오른쪽)을 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또 이 고문은 “전시 상황 등 중요한 시기에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한다”며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중요한 화약 생산 시설이 있는 평택 지역도 군사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설에 직접 들어가 시설물을 파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최근 급박한 전쟁의 상황까지 포함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준비하는 게 필요하겠다”며 “적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전기·통신 분야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까지 포함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토론에서는 “저격용 총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 등 통합진보당 지하조직활동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남침을 돕기 위해 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내부 조력자로부터 확보했다. 이후 공안당국은 법원에서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최근까지 RO 등의 활동 현장에서 감청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의원 등이 실제로 내란음모 혐의로 처벌될 수 있을지를 놓고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법 제8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내란은 한국 국토의 일부를 점령해 나뉘도록 하거나 헌법에 규정된 기존 질서를 파괴해 국가기능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폭동 등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내란은 ‘목적 실현’을 위한 범죄행위가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라는 의미다.
음모는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2인 이상이 모여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 의원 측이 RO 모임에 대해 단순 친목 모임이고 국토를 점령하거나 국가 기관을 무력화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안당국은 “3년간 내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승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