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방부 국정감사.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안규백 민주당 의원 역시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 1명과 군무원 3명이 지난해 대선과 총선 기간 중 트위터와 블로그에 ‘민주당 문재인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 자격 안 된다’ 등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의 정책을 선전하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글 300여 건을 퍼 나르거나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사이버사령부에서는 국내 정치에 개입한 일이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이어 옥도경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육군 준장·육사 38기)은 다음날인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조직적 댓글 작성 의혹 제기에 “사이버사령부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한 적도 없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개인의 정치성향과 소신에 따라 댓글을 단 게 아닌가 생각된다. 개인이 한 일과 조직이 한 일은 구별해야 한다”고 조직적 개입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일탈행위’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방부가 5차례, 사이버사령부에서 4차례나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에게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시했다”고 설명하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민이 오해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관리자와 조사본부장을 불러 사실 확인을 위한 합동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14일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댓글작업 의혹을 폭로했다. 구윤성 인턴기자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국방부의 ‘셀프 조사’는 믿지 못한다며 “사이버사령부 전반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으므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국가기관의 총체적 관권선거이자 국가문란 사건’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25년 만에 발생한 군의 정치개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 18일 국방부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의 공조 여부, 사이버사령부 조직차원에서 활동이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국방부 사이버개입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단장에는 안규백 의원이, 진성준·민홍철·김광진 의원이 위원에 선임됐다.
국정원에 이어 국방부도 지난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국정원이야 국가안보기관으로서 그렇다 하더라도 사이버사령부는 군의 한 조직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생명처럼 간직해야 된다는 점에서 이번 댓글 의혹사건은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6일 JTBC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에 대한 조사 범위를 물은 결과 60.2%가 ‘사이버사령부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개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5.3%에 불과했다. 이어 진상 규명 방식에 대해서도 ‘군이 자체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37.3%에 그쳤고, 45.3%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번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8월 19일 국정원 댓글의혹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이 가림막 뒤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먼저 국방부 발표대로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댓글을 단 것이 개인적 활동이라는 국방부 발표에 큰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에 밝혀진 530단 요원 몇 명의 댓글 ‘작업’ 수법은 지난 국정원 댓글사건과 그 방식이 거의 흡사하다. 요원 몇 명이 리트윗용으로 글을 조직적으로 생산하면 블로거와 트위터 등을 통해 다른 요원들이 리트윗해 확산시키는 방식을 따랐다. 국방부가 해명한 ‘개인활동’ 차원에서 그런 활동을 했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진 셈이다.
또한 국정원-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에 연루된 핵심 3인방이 한때 합참 민군심리전부에서 같이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이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사이버사령부의 기획 책임자인 1처장과 심리전단 단장이 군 합참 민군심리전부(민심부)에 근무한 2011년 당시 이 부서의 부장(소장)이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육사 35기)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이들 세 사람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정권 차원의 조직적 대선개입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심리전단장은 당시 민심부 사이버심리전과에서 근무하다 사이버사령부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으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것도 양 기관간의 조직적 작전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14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김관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22일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대선이 끝난 직후 포상이 집중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1월 11일 ‘국군 사이버사령부 창설 유공’으로 6명이 국방장관 표창을 받았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8일에는 사이버사령부 전체가 ‘국방정보화 유공’으로 단체상을 받았다. 이어 연제욱 사령관(준장)은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으로 영전했다. 앞서 심리전단 단장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 함께 훈장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유일한 군무원이었다. 보국훈장 삼일장은 영관급 군인이나 군무원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훈장이라고 한다. 김광진 의원은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들에게 무더기 포상·표창이 수여된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의 SNS 활용 지침에 따르면 군 장병은 SNS 상에서 군사 보안을 위협하는 정보 자료를 게시할 수 없고 욕설이나 명예 훼손, 정치적 중립 저해 등을 불법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만약 현역 군인이 조직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댓글이나 그런 글을 리트윗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불법적인 행위다. 국방부에서는 군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개인적인 정치 성향의 표출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군이 정치적 중립에 상당히 민감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개인이 군 기강 해이와 군법회의 회부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댓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번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은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또 다른 대형 미스터리 사건이다. 이번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경우 정권 차원의 조직적 대선개입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사이버사령부 어떤 곳?
사이버사령부는 국가정보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 등 다른 정보기관과 다르게 베일에 싸여 이번 국정감사에서 요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이버사령부의 조직 구조는 이번에 의혹이 불거진 대북심리전 담당 530단 외에 510단 사이버담당부대, 교육훈련부대(590단), 연구개발부대(31단) 등으로 구성돼있다. 사이버사령부는 총선과 대선이 있던 지난 2012년 증원 확대에 나섰다. 1월과 7월, 8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사이버사령부는 82명을 특채로 뽑았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82명 중 47명이 530단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사이버사령부는 전체 인원 452명 중 절반에 가까운 200여 명이 530단에 소속돼 있다. 이해하기 힘든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이버사령부의 예산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2012년 사이버사령부의 예산 170억 원 중 45억 원, 2013년 예산 255억 원 중에는 57억 원을 국가정보원이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 댓글 작업 혐의가 국정원과의 연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예산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보예산이다. 일부 예산을 국정원에서 받아도 그건 국방비다. 사이버사령부는 국군조직법에 의해 태동됐으며, 국정원과는 협조 관계일 뿐 지시 관계가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