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 구로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을 방문,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08년 12월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형생활주택이란 단어를 써가며 향후 10년간 소형주택 3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때 부동산시장 구원투수로 등극했던 도시형생활주택이 강판 위기에 몰렸다. 사업자들은 물론 투자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들 중 후회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가 주창해온 ‘도심 내 소형주택’ 공급정책의 핵심이었다. 전셋집 부족현상과 1~2인 가구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단지형 다세대·연립주택과 원룸형으로 나뉜다.
처음 이 용어가 나온 것은 지난 2008년 12월 국토해양부(현재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택정책협의회를 연 직후였다. 당시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형생활주택이란 단어를 써가며 향후 10년간(2010~1029년) 소형주택 3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단지형다세대주택 7만 가구, 기숙형 10만 가구, 원룸형 8만 가구, 소규모 블록형 5만 가구 등이다.
이듬해 2월 국토부는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 주차장 기준 등 기존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규제를 배제하겠다고 밝히고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도시형생활주택에는 놀이터, 경로당, 단지 안 도로, 관리사무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분양가상한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주택기금도 최장 20년까지 빌려주기로 했고, 대출이자도 최소 2.0%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이후 도시형생활주택은 최고의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올랐다. 대형 건설사들도 대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년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은 그 해 1688가구, 2010년 2만 529가구, 2011년에는 8만 3859가구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12만 3949가구가 인·허가를 받아 3년 새 무려 73배나 늘었다. 이 중 80% 이상은 전용면적 30㎡ 미만의 원룸형이었다.
도시형생활주택 투자자를 모집하는 홍보 전단지.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도시형생활주택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213만 원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1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4%가 올랐다. 결국 수요자들은 등을 돌렸고, 수익률이 떨어지자 사업자들도 대거 시장에서 이탈했다. 도시형생활주택 시공업체인 씨앤에이치홈 류현선 사업본부장은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사업이 1인 가구를 목표로 한 초소형 원룸 위주로 과잉 공급되다 보니 수요 맞추기에 실패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는 대부분 노년층이나 대학생, 사회초년병들로, 이 수요는 거의 고정적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많은 보증금을 낼 만한 여력이 안 되는 계층이다. 늘어나는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류 본부장의 설명이다.
정부도 전용면적 30㎡ 미만의 원룸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최저 2.0%로 낮췄던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를 4.0%로 다시 환원시켰다. 주차장 기준도 강화했다. 전문가들과 시장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도시형생활주택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감사원도 최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 “원룸 위주의 공급으로 2~3인 가구 전월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류 본부장은 “앞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은 건설사가 대규모로 짓는 형태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요즘 전월세 대란의 주요 원인은 아파트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2~3인 이상 살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부분 임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투자자들도 원룸보다는 투룸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수익성 면에서 낫다”고 조언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