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씩 접해 본 이 문구들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인구보건복지협회(인구협회)에서 탄생한 것이다. 50년간 인구협회 출산정책 표어만 봐도 한국 사회의 출산문제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2일 인구협회 12대 회장에 손숙미 신임 회장이 취임했다. 현재 인구협회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환경”이라는 정부의 저출산‧고령 사회 대응 정책에 발맞춘 새로운 가족계획 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손숙미 인구협회 회장을 만나 취임소감과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숙미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구윤성 기자
― 지난 12일 인구협회 1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영광으로 생각한다. 18대 국회의원 때 보건복지위원회(보건위)와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활동을 했다. 당시 출산과 육아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법안도 많이 제출했다. 그런 전문적인 면을 감안해 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어깨가 무겁다. 최선을 다하겠다.”
― 가족계획 사업은 사회분위기에 따라 변한다. 최근 인구협회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현재 정부의 저출산‧고령 사회 대응 정책에 맞춰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홍보와 사업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의 인구정책에 따라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가족계획 사업을 추진했다. 처음에 ‘아들 딸’로 할까 ‘딸 아들’로 할까 의견이 분분했다. 과거에는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해 있던 때라 표어에 딸을 먼저 배치해 ‘딸 아들’로 결정한 일화도 있다. 좀 더 과거에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구 억제를 철저히 한 면도 있다. 출산율이 6.0명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우리나라가 저출산의 늪에 빠졌다. 2005년 출산율이 역대 가장 낮았는데 1.08명까지 떨어졌다. 그 당시를 기점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출산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인지 2012년까지 1.3명 정도로 증가를 했다. 그러나 현재, 2013년 출산율이 정식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1.1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출산율이 다시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 과거에 비해 출산‧육아 관련 수당과 정책이 많아졌음에도 출산율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 원인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출산율이 1.08명에서 1.3명으로 증가했다. 그것이 출산지원금이나 보육료 지원과 같은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출산율 증가는 황금돼지띠나 흑룡띠 같은 해에 출생아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이 자녀를 많이 낳아서 출산율이 오른 측면도 있다. 정책 때문만은 아니었다.”
―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으로 보나.
“2012 보건복지부의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60% 이상이 자녀 양육과 교육비 부담을 꼽았다. 이어 23.9%가 소득과 고용불안정이라고 답했다.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사회환경 조성이 미흡한 점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 출산은 집안의 노동력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식은 부모가 항상 돌봐줘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자식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촉망받는 사람이 되길 원하는 열망이 강하다. 부모로서는 힘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손숙미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구윤성 기자
― 출산율이 낮은 것과 관련 ‘워킹맘’이나 ‘청년 실업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가족부양에서 보람을 찾기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만족을 얻는 여성이 많다. 이 경우 아이를 낳는 것이 자신의 커리어에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출산이나 육아에 적극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경쟁시스템을 갖춘 기업에서 가정에 에너지를 쏟기는 힘든 세상이 됐다. 그러나 기업도 출산이나 양육에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미래의 구매자나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출산과도 직결된 문제다. 제3의 직원에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정부는 아이를 낳았을 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아이를 낳고 기를 때까지 30개에 가까운 수당을 준다. 또한 동거하는 세대의 자식에게도 결혼한 세대와 똑같은 혜택을 준다. 당장 미혼모 문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숨겨야 할 것, 불이익을 받는 이미지로 낙인찍혀 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은 최대한 피해야 하겠지만 미혼모의 아이도 국가에서 안심하고 키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출산‧육아 휴직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는 출산‧육아 휴직을 사용할 경우 대체인력 지원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 대체인력은 국가가 고용보험을 통해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출산‧육아 휴가 제도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의 범위가 적절하다고 보나.
“18대 국회에서 보건위 활동을 하면서 스웨덴을 방문한 적이 있다. 스웨덴 길거리에서 유모차를 끄는 아버지들을 많이 목격했다. 굉장히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스웨덴은 육아휴가가 480일이다. 그중 60일이 아버지의 육아휴가이다. 중요한 것은 이 60일이 의무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도 아버지의 육아휴가를 의무적으로 하지 않았을 때는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아버지 육아휴가는 3~5일 밖에 없다. 그중 3일만 유급휴가로 인정된다. 급여도 원래 받던 임금의 40%수준에서 지급된다. 이 또한 현실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나라도 2주 이상 아버지 육아휴가를 의무적으로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출산은 함께 하는 것이다. 부부가 아이를 낳겠다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참여와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한다. 정부와 사회, 기업 등이 저출산 문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계획한 사업과 새해 포부가 있다면.
“올해는 ‘청말띠 해’다. 말띠 해에 여자 아이를 낳으면 팔자가 사납다고 하는 속설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속설이다. 나 또한 말띠라서 과거 놀림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여긴 말이 왜 이렇게 많은지’라며 농담도 하셨고, 말괄량이 말띠 여성에 관한 영화도 나오던 때가 있었다. 과거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역동성, 활동성, 진취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그러한 성향을 가진 여성들이 사회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나 은반위의 요정 김연아도 역시 말 띠다. 인구협회도 이러한 역발상을 통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또한 인구협회 차원에서 아버지 육아휴직을 대폭 늘려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출산‧육아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도 출산‧육아 관련예산은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하다. OECD 2%대 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연금공단이나 기업 CEO 들을 만나 출산‧육아에 관한 문제와 투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