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만족’해야 온가족의 평화가…”
얼마 전 첫 손녀를 품에 안은 이 아무개 씨(65)는 기쁨도 잠시 딸과 약간의 거리감이 생겼다. 이 씨는 은퇴를 했으나 오래 전부터 노후준비를 해뒀기에 월 500만~600만 원의 수익이 있어 경제적으론 전혀 어려움이 없다. 덕분에 자식들과 트러블 생길 일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손녀의 탄생이 예기치 않게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출산 직전 딸과 함께 아기용품을 사러 갔던 이 씨는 물건 가격에 깜짝 놀랐다. 딸을 키우던 시절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모차 한 대에 수백만 원은 기본이요, 내복 한 벌에도 10만 원에 달한 것. 이 씨는 “금방 크는 아기에게 이런 건 다 소용없다”고 말했는데 딸은 그게 못내 서운했던 모양이다.
이 씨는 “주변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니 조부모의 능력이 손주의 신분을 결정한다더라. 어릴 때부터 명품으로 휘감아 키우는 애들을 보고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젠 이해가 간다. 자식들의 기대에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하고 손주들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라도 돈 쓰는 걸 아끼면 안 되는 듯 보였다. 벌써부터 100일, 돌, 생일, 입학 등 온갖 행사들이 두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신입사원 딱지를 뗀 서 아무개 씨(29)도 매번 어머니의 생신만 되면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는다. 어머니의 생일 선물 만족도에 따라 가족의 평화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서 씨는 “선물을 받으면 친구 분들끼리 비교를 하는 모양이다. 명품 선물을 하면 효자로 인정받는다. 예전엔 남편에게 뭘 받았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젠 자식들이 건넨 선물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듯하다. 어머니의 생신 선물을 위해 매달 저축을 하지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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