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호씨(사진)의 오랜 친구 이응구씨는 “이원호씨의 살인교사 혐의에 대한 증언은 충분하다”고 단언했다. | ||
이에 따라 <일요신문>은 지난 18일 이씨의 오랜 친구이자 지난 89년 배씨 살인사건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응구씨와 청주 현지에서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씨는 그동안 이원호씨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는 인물로 알려지며 언론의 표적이 되어 왔다. 또 최근에는 한나라당 주변에서 ‘이원호씨의 노무현 캠프에 대한 50억원 제공설의 진원지’로 그가 지목되면서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씨는 기자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원호씨의 살인교사 혐의는 당시 관련자들의 대질신문만 해도 당장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 캠프에 이씨가 50억원을 제공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나도 이원호씨의 측근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여서 확신할 수는 없다”며 자신이 그 루머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정했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수사 대상중 양길승씨 비리 의혹에 대한 현재 특검팀의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이씨의 89년 배씨 살인교사 혐의에 대한 청주지검의 은폐 의혹이고, 또다른 하나는 지난 대선 당시 이씨가 노무현 캠프에 50억원의 선거자금을 전달했는지의 여부다. 물론 수사대상에 이씨가 양길승씨에게 4억9천여만원의 로비자금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이씨의 검찰 및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 시도와 맞물려 있는 살인교사 혐의는 이번 양씨 비리 의혹을 풀어줄 첫 단추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서 “배씨 살인사건을 이씨가 교사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청주지검측이 특검팀 출범 이후인 지난 1월14일 “당시 배씨 살인사건은 조직적으로 계획된 살인사건으로 보인다”는 입장변화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는 청주지검이 그동안 배씨 살인사건을 반대파 조직원 2명의 우발적 단독범행인 것으로 결론내렸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이다.
이응구씨는 “확실히 특검팀이 출범하고 나니까 이곳 검찰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며 “그동안 이씨의 위세에 눌려 있던 사람들이 이제 서서히 진실을 밝히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89년 당시 배씨 살인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무엇인가.
▲오랜 고향 친구였던 이원호씨가 89년 3월께 내게 와서 호텔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대전의 한 지인과 함께 이씨와 그의 친인척인 M씨 등을 상대로 협상을 벌였다. 12억원에 흥정을 끝냈으나, 갑자기 그 호텔에 파친코사업 허가가 나면서 이씨의 마음이 바뀌었다. 그래서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고자 했다. 배씨는 우리가 호텔을 인수하면 파친코사업장의 책임자로 기용하기로 되어 있었다. 배씨 또한 이씨가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려고 하자 이씨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특히 당시 배씨는 청주 유명 조폭의 S파의 행동대장으로 무시못할 힘을 갖고 있었다. 골치 아플 것 같다고 생각한 이씨는 반대 조직인 D파의 조직원을 끌어들였고 그 조직원들은 그해 5월11일 밤에 배씨를 칼로 찔러 죽였다. 그 사건 현장에 나도 있었고, 그들은 내 차의 유리를 부수면서 나도 해치려 했다.
▲ 양길승씨 | ||
▲그때 이씨 및 M씨와 함께 직접 청주의 K여관에서 살인모의를 한 당사자가 바로 D파의 두목 김아무개씨와 고문 손아무개씨다. 사건이 일어나고 7년쯤 지나자 이씨와 김씨가 나를 자기 호텔로 부르더니 술을 한 잔 주면서 ‘그때 일은 없던 일로 잊어버려라. 이미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 우리끼리 사과하고 말자’라고 하더라. 하지만 너무 분한 마음에 내가 화해를 하지 않고 버티니까 얼마 후에 다시 이씨가 내게 ‘5천만원에 합의하자’고 제의했다.
나는 ‘너는 사람을 죽이고도 두 발 뻗고 잘 수 있느냐’며 그 자리에서 대판 그와 싸움을 벌였다. 당시 호텔 전무인 김아무개씨가 증인이다. 김씨가 나를 말리면서 ‘이 사장은 건드려봐야 정부 실세며 검찰이며 힘으로 당신이 도저히 안되니까 참고 말아라’고 나를 설득했다.
─검찰에서는 이씨가 살인교사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입장인데.
▲이씨 등과 살인모의를 한 핵심 당사자인 손씨와 M씨가 2002년 당시 청주지검 윤아무개 검사에게 사실을 다 털어놓았다. 그 진술조서가 있을 것 아니냐. 이들이 검찰에서 털어놓은 내용을 보면 89년 당시 이씨가 김씨와 손씨에게 ‘골치 아프니 배씨를 좀 처리해달라’며 연장 구입비로 1천5백만원을 줬다고 한다. 이것이 살인교사가 아니면 뭐가 살인교사란 말인가.
─사건 당사자들이 이렇게 모두 결정적인 증언을 하는데, 왜 검찰에서는 이씨에 대해 무혐의로 일관하고 있는가.
▲그러니 청주지검이 이씨 손아귀에서 놀아난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서 파다한 것 아닌가. 최근 나와 손씨, M씨 등이 줄줄이 검찰을 직접 찾아가거나 소환 조사를 받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다 털어놓았다. 그래도 이씨를 수사하기는커녕 모두 꼬리를 내리기 일쑤고, 오히려 그를 강도높게 수사했던 김도훈 검사 같은 이는 구속되지 않았는가. 이것을 본 손씨와 M씨 등도 겁을 집어먹고 ‘이원호의 힘이 과연 세긴 세구나’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 기자가 청주 현지에서 입수한 2002년 10월2일에 작성된 D파 고문 손아무개씨의 검찰 진술조서에는 89년 살인사건 당시의 상황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조서에 따르면 손씨는 “김씨가 이씨로부터 1천5백만원을 받아서 애들을 시켜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연장을 구입하였고, 장안평에 가서 차도 한 대 사서 연장을 차에 싣고 내려왔다. 당시 김씨는 이씨에게 살인 대가로 7천만원을 받았고 일부는 다 받지 못하였다고 했기 때문에 1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응구씨는 최근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이원호씨의 노무현 캠프 대선자금 전달설에 대해 “들은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씨가 노 대통령 캠프에 50억원을 대선자금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이 야당으로부터 제기되고 있고, 그 진원지로 (이응구씨의) 녹취록이 부각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내가 지난해 11월에 한나라당 관계자에게 말한 내용 중에 대선자금 부분은 없다. 이씨와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내가 그의 비밀스런 비자금 내용을 세세히 알 수 있겠는가. 다만 이씨의 비리를 캐는 과정에서 그의 측근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는 정도다.
─들은 얘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지난 1월12일 만난 이원호씨의 측근 김아무개씨가 내게 ‘1백만원권 수표 4천 장이 이원호와 양길승 사이에 거래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물증이 관계자들을 통해 드러났지만 없었던 것으로 은폐되었다’고 하더라. 김씨는 이원호씨의 호텔에서 오래 근무하는 등 그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내용인가.
▲잘 모르겠다. 다만 40억원이 수표로 전달되었다는 것에 대해 신빙성에 다소 의심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찰과 특검에서 수표 추적을 그렇게 열심히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과연 못 밝혔겠는가. 최근 청주에서는 이씨에 관련된 여러 가지 뜬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응구씨는 이어 “한나라당에서 내게 지난해 기자회견을 제의해 오는 등 이 문제를 너무 정치적으로 몰고가려 해 내가 이를 거절했던 바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최근 시중에 ‘한나라당 홍아무개 의원과 내가 친분이 있다’ ‘대선자금 50억원 제공설에 대한 결정적 자료를 갖고 있다’는 등의 얘기들을 하고 있지만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강변했다.
한편 50억원 제공설의 진원지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수표 4천장 전달’ 발언을 한 김아무개씨는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