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이 동원캐피탈의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문 회장은 검찰에 기소됐다. | ||
한 검찰 관계자의 감탄 섞인 탄식이었다.
고졸 출신의 자수성가 사업가인 문 회장의 전방위 문어발식 로비의 폭이 급기야는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까지 미치면서 일약 특검의 수사대상에 올랐지만 여전히 그의 주변을 둘러싼 구설수와 파급은 그치질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원캐피탈과 관련한 ‘담합’ 의혹마저 새롭게 제기되고 있어 문 회장과 동원그룹이 어떤 사업관계인지 그 내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29일 김경재 민주당 의원은 “대선 전인 2002년 8월 동원캐피탈에서 40억원이 인출돼 노무현 후보 캠프에 전해졌다”고 폭로하면서 현재 동원캐피탈을 비롯한 그룹 전체가 무척 격앙되어 있다.
동원그룹측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폭로경쟁에 강력히 대응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며 즉각 김 의원을 고소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과거 노 대통령의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을 전후로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과 친분설이 많았으며, 이번 정권 출범시에도 산자부 장관설에 오르내리는 등 두 사람의 밀착된 관계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며 김 의원 발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설마 단순한 소문만 가지고 김 의원이 국회 밖에서까지 그런 발언을 했겠느냐”며 과거 선대본부 홍보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의 경력에 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의원 폭로의 파장이 너무 커지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 내부에서조차 “정말 물증이 있긴 한 것이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실정.
▲ 동원캐피탈이 입주해있는 동원산업 건물. 이종현 기자 | ||
그런데 동원캐피탈의 이름이 불거지자 검찰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 대신에 문병욱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양평TPC골프장 인수를 둘러싸고 문 회장과 동원캐피탈이 묘한 관계의 사업 동반자적 인연을 맺었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문 회장과 동원캐피탈간 인연의 고리는 ‘대지개발’이었다. 썬앤문을 호텔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종합관광레저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2000년 초 인수한 회사가 바로 대지개발.
이 회사는 문 회장이 현재 소유중인 양평 TPC골프클럽의 사업 개발을 주도하는 회사로서 현재 대표이사는 그의 친동생인 병근씨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대지개발의 99년 최초 설립자는 동원캐피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문 회장은 동원에게서 이 회사를 인수한 셈이다. 특히 이 회사의 인수 과정에서 동원캐피탈은 대출금 미상환이라는 ‘앓던 이’를 뽑았고, 문 회장은 싼 값에 골프장을 인수하는 쌍방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의혹은 서울지검 형사9부(이중훈 부장검사)에서 지난해 10월29일 문 회장 형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금융회사인 동원캐피탈이 대지개발을 설립한 것은 당시 골프장 사업을 하던 Y사에게 부지를 담보로 돈을 대출해준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Y사가 부도를 내면서 대환능력을 상실하자 궁여지책으로 동원캐피탈이 골프장 사업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지개발을 설립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에 관심을 보인 S사가 나타났고, 그 뒤를 이어 문 회장이 나타났다. 검찰의 주장은 “경매를 통해 낙찰받아 우선 소유권이 있는 S사를 따돌리고, 동원캐피탈과 문 회장 양측이 담합에 의해 골프장을 불법으로 매매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매매가 일어난 시점이 지난 99년 말에서 2000년 초였던 점을 들어 문 회장과 노 대통령의 고교 동문관계, 노 대통령과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과의 친분설 등으로까지 의혹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원캐피탈측에서는 “당시 골프장 부지 대출금의 미상환으로 인한 이자 등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던 상황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보다 튼실한 회사가 이 골프장을 인수해서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갚아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당시 S사는 자금사정이 여의치않아 여러차례 지급기일 약속을 어겼고, 이런 상황에서 자금력이 뛰어난 문 회장이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골프장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서 거기에 응한 것뿐, 담합이란 얘기는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원측은 또한 “문 회장이 관광 사업에 관심이 많고 자본력이 뛰어난 사업가라는 사실을 알았을 뿐 당시 상황에서 노 대통령과의 선후배 관계를 알 리가 없지 않느냐”며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