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또 1등이 세 번이나 나와 화제가 된 충남 홍성읍의 박성민씨 복권방. | ||
그러나 이곳의 한 복권방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파리 날리는 여타 상가와는 달리 복권방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복권방이 사람들로 붐비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지난 3월20일 제68회 로또복권 추첨이 있은 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배로 늘었다. 1등 당첨자가 이곳에서 또 나왔기 때문이다.
찾아오는 손님도 가지각색. 읍내 주민은 물론, 소방공무원, 피자 배달원, 경찰관, 군인, 심지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복권방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서울, 부산, 경북 번호가 찍힌 차량도 복권방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02년 12월 로또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1등 당첨자를 세 번씩이나 탄생시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복권방의 이름은 ‘(주)행운을 주는 사람들 천하명당 복권방’.
전세 2천만원 5.5평 공간이 무려 1백30억여원의 ‘잭팟’을 터트린 덕에 전국에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복권방에서 첫 1등 당첨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1일에 있었던 로또복권 제48회 추첨. 당시 이곳에서 수동으로 6, 10, 18, 26, 37, 38을 입력시킨 고객이 1등에 당첨됐다. 당시 당첨금은 24억1천5백67만3천6백원.
두 번째 대박은 ‘밸런타인 데이’였던 지난 2월14일 터졌다. 이번에는 이곳에서 자동으로 번호를 입력한 고객이 1등에 당첨된 것. 3, 20, 23, 36, 38, 40번을 입력한 고객은 무려 79억2천2백24만5천5백원의 당첨금을 거머쥐었다.
세 번째는 지난 3월20일 나왔다. 자동으로 10, 12, 15, 16, 26, 39번 로또를 구입했던 고객이 1등으로 당첨됐다. 당첨금은 29억4천5백88만2천1백원.
지난 4월8일 복권방을 찾았을 때도 이곳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인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기자가 15분간 세어 본 손님 수만도 80여 명이 넘었다. 평일인데도 복권방을 찾은 고객은 다른 곳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많았다.
이 때문에 주인 박성민씨(57)는 물론, 두 아들까지 가게에 나와 밀려드는 손님을 받고 있었다.
고객은 대다수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케이스. 심지어 로또를 알지 못하는 70대 노인도 “6천원어치만 해줘”라며 박씨를 붙들었고, 인근 홍성의료원 장례식장에서도 수의를 입은 상주나 조문객들이 로또를 사기 위해 점포를 찾는 이색적인 광경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군 수송 차량을 운전하는 군인도 복권방 앞 전봇대에 걸린 홍보 현수막을 보더니 급히 차를 멈춰 세우고 복권방 안으로 서둘러 들어와 로또 용지를 뽑아 들었다.
주인 박씨는 “입소문을 듣고 오는 서울, 부산, 거제, 파주, 군산, 밀양 지역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며 “1등이 세 번째 당첨되고 나서는 매출이 20~30% 늘어 일주일 판매액은 약 4천만∼5천만원가량 된다”고 말했다.
주인 박씨는 지방에서 몇 만원 어치를 등기로 부쳐달라는 손님도 30여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박씨는 로또 1등 당첨이 될 때마다 생긴 묘한 일화를 소개했다. 1등이 나온 세 번 모두 로또 추첨 당일날 집과 복권방 건물의 수도가 터졌다는 것. 2003년 11월1일에는 자택 수도가 샜으며, 지난 2월14일 두 번째 추첨날에는 복권방 수도 파이프가 새 바닥이 빙판이 됐다는 것. 지난 3월20일 있은 제68회 추첨 전날에도 집 수도가 샜다고 한다.
박씨는 “이 복권방 땅이 예전에는 목재소, 비료가게, 방앗간 우물터였다”며 “비옥해진 가게 터가 대박을 터트렸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박씨는 “앞으로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이나 수도관이 어는 겨울쯤 네 번째 대박이 나올 것 같다”는 예언을 하기도.
그렇다면 본인은 로또가 됐을까. 정작 자신과 가족들은 로또 당첨운이 없다고 한다. 5등 한 번, 그리고 아내가 4등에 한 번 당첨된 게 그동안의 실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3월1일 택시 운수업을 그만두고 복권방을 차린 박씨는 요즘처럼 기분이 좋을 때가 없다고 한다.
로또 매출액에서 4.7% 정도가 자신의 몫이기 때문에 손님이 늘어난다고 해서 큰 이득은 없지만 각양각색 손님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인생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고.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좋은 번호를 찍어달라는 성화에 시달려 피곤할 법도 하지만 “터가 좋으니 꼭 될 것이다”며 오히려 손님들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여유가 생겼다.
5등만 된다며 트집을 잡는 손님에게도 “방귀 자주 뀌면 설사 나오잖아유. 작은 것부터 나와야 큰 게 나오쥬”라고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그 손님을 단골로 만든다고.
이곳에서 복권을 산 샐러리맨은 “그동안 몇 차례 이 복권방에서 로또를 샀지만 고액 당첨이 된 적은 없다. 그러나 복권을 살 때마다 왠지 당첨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과연 홍성읍의 작은 복권방이 전국적인 로또열풍을 몰고 올지, 또 신기록 달성을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