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이 지난 3월22일 상무지구로 옮겨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21일 정오 무렵. 텅 빈 건물만 남겨진 계림동 구청사 주변에서 식당문을 열어 놓은 상인들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모습이었다.
구청사 맞은편 청해식당에서 반찬을 준비하던 종업원 임아무개씨(59)는 “요즘엔 낮에 1~2팀 왔다 가면 끝”이라며 “매출액도 시청이 이전하기 전에 비해 2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다른 식당도 모두 비슷한 실정”이라는 임씨는 “시청이 옮겨가기 전 이맘때면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들면서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일도 많았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시청의 중요한 행사를 전담하다시피 했던 금수장호텔 역시 불황의 여파를 넘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호텔 지배인 김효종씨(42)는 “시청행사가 없어지면서 매출이 20~30%가량 줄었다”며 “선거가 끝나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림동 청사 주변 문구점이나 슈퍼마켓, 편의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시청 건너편 택시정류장 부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55)는 “요즘엔 도무지 오가는 사람이 없어 평일도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처럼 거리가 텅 비어있다”며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건물주들이 가게세를 좀처럼 내려주지 않아 걱정”이라고 이중고를 호소했다.
부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청 맞은편과 뒤편 주택가 골목에서 영업을 하던 1백여 곳의 식당들 가운데 절반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상권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남아있는 상인들도 희망을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
구청사 주변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백아무개씨(40)는 “현재 장사가 안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권이 되살아나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이라며 “유동인구가 줄고 상점이 문을 닫게 되면 결국 이곳은 사람이 찾지 않는 거리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실제로 구청사 주변 가게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낮인데도 입구에 셔터가 내려져 있었으며 그나마 문을 열고 있는 가게들도 일부는 유리창에 ‘임대’나 ‘매매’ ‘사무실 이전’ 등의 안내표지를 붙여놓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구청사 맞은편 복사집 주인 오아무개씨는 “도대체 구청사는 언제까지 비워둘 건지 모르겠다”며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줘야 할 시청은 아무런 말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청사 건립대금의 일부로 구청사를 인수하게 되는 건설사 컨소시엄과 매매가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선 특별한 상권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