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세계성문화전 성인관에 등장한 검은색의 ‘요상한’ 상자. 손을 넣어본 사람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며 갖가지 반응을 보인다. | ||
“뭐야, 이거!” “윽!” “에이, 잘못 만졌다”며 못 만질 걸 만진 듯이 연신 손을 터는 남자들.
이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호들갑을 떠는 걸까.
‘2004 세계성문화전’이 열리고 있는 여의도 63빌딩 1층 이벤트 홀. 아시아관, 유럽관, 아메리카관 등 대륙별로 구분해 놓은 전시장 맨 끄트머리에 성인만을 위한 ‘성인관’이 마련돼 있다.
성인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20대 남녀들의 웃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사람들은 한 ‘기괴한’ 상자에 손을 넣고는 ‘무언가’를 잠시 더듬더니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멈칫한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고, 깔깔대고, 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떤 상자이길래 그럴까.
검은색 커튼이 드리워진 예의 상자에는 ‘상상(想像) 손을 넣어 보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화살표 방향으로 천천히 두 손을 넣어보았다. 양손에 뭔가가 잡힌다. 그리고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더듬으려는 순간, ‘헉!’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서둘러 손을 빼야 했다.
짓궂게도 상자 안에는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만든 ‘남성’과 ‘여성’이 있었다. 왼쪽이 남성이고 오른쪽이 여성이다. 감촉도 살결 그대로이고 실상과 똑같이 체모까지 만들어 놓아 아무 생각없이 아무 손이나 넣었다간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기괴한 상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제각각이다.
여자친구끼리 온 20대 여성들은 하나같이 손을 넣자마자 “꺄~아악!” 하는 비명을 지르고는 황급히 손을 뺀다. 그리고는 함께 온 친구에게 “몰라몰라, 어떡해~”를 연발한다.
함께 온 연인들은 조금 다르다.
남자가 먼저 손을 넣어보고는 “에이~!”하며 왼손을 뺀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열심히 더듬고 난 뒤, “넌 왼손만 넣어라”는 말과 함께 애인에게 권한다. 남자친구의 권유로 왼손을 넣은 아가씨는 “어머머~!” 하고 놀라며 역시 손을 뺌과 동시에 남자친구에게 황급히 다가간다. 그리곤 남자친구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이고 서로 좋아 웃어댄다.
그렇다면 함께 온 부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40대로 보이는 한 부부. 아주머니가 먼저 손을 넣는다. “어머머, 이게 뭐야!” 하며 아예 커튼을 들어올리고 상자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손으로 꾹꾹 누르거나 만지면서 “진짜하고 똑같네”라며 신기해한다. 남편도 불러 같이 만져보고는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며 웃음을 짓는다.
성인관에는 이 상자 말고도 시선을 끄는 것이 많다. 성인들의 ‘장난감’과 성교육 교본으로 쓰였다는 일본과 한국의 춘화들, 중세 유럽귀족이 즐겨 사용한 러브체어 등 일상에서 성인들이 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전시회는 7월6일까지 63빌딩 이벤트 홀에서 매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8시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