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종합일간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시장 위축으로 일부 신문사는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 있는 상태다. 특히 한국일보는 1954년 창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일보는 현금 유동성 위기로 7월분 임금도 제때에 지급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일보가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지 못할 경우 청산으로 가는 길을 밟을지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8월 한여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꽁꽁 얼어 붙어버린 신문시장의 이면을 따라가 봤다.
지난 7월20일 굿데이가 부도가 나자 스포츠신문 업계가 크게 술렁거렸다. 몇 달 전부터 굿데이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부도에 대한 반응은 담담했지만 스포츠신문 시장의 허약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매우 컸다. 또한 굿데이 부도를 계기로 광고주들의 스포츠신문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광고 단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기관들도 스포츠신문에 대출을 꺼리고 있고 그 위상도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스포츠신문 시장의 상황 변화는 업계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투데이는 지난 7월23일 유동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7월 급여를 50%만 지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했다”면서 직원 1백45명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서울지방노동청에 임금체불에 대한 진정을 냈다. 스포츠투데이측은 8월초에 30%, 나머지 20%는 10월초에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간스포츠도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상태다. 일간스포츠 역시 지난 7월26일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25%의 임금을 삭감해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상 급여 지급 시기와 미지급 25% 임금 분에 대한 보전 여부 등 임금 체불 상황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간스포츠측도 이에 대해 ‘노조와 임금을 삭감하기로 합의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지불하긴 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으로서는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간스포츠 노조는 ‘현재 공식 테이블에서 임금협상이 진행중인데 노조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해 지급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고발이나 진정 등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스포츠신문은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일방적인 급여 삭감, 인원 구조조정 등의 초 강수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측은 이에 대해 ‘이런 열악한 상황을 호도해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스포츠투데이는 굿데이가 부도를 맞은 날인 지난 7월20일 노조측에 임금 50% 지급 보류, 무급휴직 실시, 명예퇴직·희망퇴직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이에 노조는 즉각 비상총회를 열어 ‘경영 부실 등의 이유로 임금을 줄일 수 없고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노조와 협의하기로 돼 있는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강력히 전달해 놓은 상태다.
스포츠신문의 경영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부정적인 편이다. 미디어경영연구소 주은수 소장은 “스포츠신문의 부채비율이 일반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 차입도 막히고 은행에서 빌린 돈의 만기 연장도 어려워지고 이자율도 낮출 수 없어 현금 유동성이 더욱 경색돼 결국 스스로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스포츠신문의 암울한 미래를 진단하기도 했다.
스포츠신문 경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료신문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 따른 가판시장의 붕괴였다. 일부에서는 가판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무료신문에 대한 규제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주은수 소장은 “정부가 스포츠신문 시장에 대해 무관심한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료신문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을 검토한 뒤 규제할 것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이것은 자의적 판단으로 보인다. 신문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 정부가 가판시장에 어느 정도 개입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앞날은 스포츠신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백척간두에 있다. 한국일보는 경영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1954년 창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일보는 현금 유동성 위기로 7월분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재구 회장은 지난 7월22일 긴급 사원설명회를 열어 최후의 ‘베팅’을 했다. 그는 “올해 안에 3백억원 유상증자를 하지 못할 경우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했다. 하지만 사원들에게도 임금삭감동의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일보측은 퇴직금 누진제와 퇴직 가산금제를 폐지하고 연봉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봉 3천만원 미만인 사원은 10%, 3천만-4천만원은 30%, 4천만원 이상은 50%씩, 평균 17.8%의 임금을 줄여 연간 총 1백억원의 임금을 삭감한다는 것. 한국일보는 지난 7월26일 총 6백99명의 사원들 가운데 4백9명으로부터 임금삭감에 대한 동의서(동의율 58.5%)를 받아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같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그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신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의 한국일보는 벗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졌다고 봐야 한다. 노조는 장재구 회장에게 출자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고, 장 회장은 출자할 능력이 없고, 채권단은 돈 회수를 위해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야 하는 등 3자간의 복합적인 변수가 많다”라고 밝히면서 “채권단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에 한발씩 양보하라며 압박을 하고 있지만 그 노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문이다. 채권단에서 손 털어 버리고 부실로 처리한 뒤 정부에 손 내밀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그 동안 회사측의 처우가 계속 나빠져 왔기 때문에 사원들이 최근의 위기상황에 대해서도 둔감해진 것 같다”라고 밝히면서 “노조의 힘을 무시할 순 없지만 채권단이 구조조정안을 밀어붙이면 결사항전 뜻을 밝힐 수 있어도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