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타운에 강금실 전 장관의 ‘대법원장 컴백설’이 파다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7월28일 강 전 장관이 법무장관직에서 전격 교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은 술렁거렸다. 처음에는 교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뒤부터 법조인들은 강 전 장관이 언제 어떤 자리로 복귀하느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경질로 강 전 장관이 완전히 공직을 떠날 것이라고 보는 법조인은 많지 않다. 지난해 2월27일 법무장관직에 발탁됐을 때보다 더 깜짝 놀랄 만한 자리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법조타운에는 강 전 장관이 대법원장이나 국무총리로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싸하게 퍼져있다. 이 가운데 대법원장 발탁 가능성이 더 유력하다는 것이다.
최종영 현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때문에 벌써부터 차기 대법원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강 전 장관의 대법원장 발탁설은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법조타운에서 돌고 있는 강 전 장관의 대법원장 발탁설에 대한 소문을 추적해봤다.
부장검사 출신인 K변호사의 논리는 이렇다.
“현 정부의 코드는 역시 개혁성이다. 개혁은 인적 구성원이 확 바뀌었을 때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 장관이 대법원장이 되는 것 자체로서 사법부의 개혁은 50%를 달성할 수 있다.”
그는 입법·사법·행정부 가운데 개혁이 제일 더딘 곳이 바로 사법부라고 평가하고 있다. 행정부는 수장인 대통령부터가 개혁적이고, 입법부도 지난 4·15 총선 때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원내로 진입하면서 개혁이 상당부분 이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법부는 아직도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대법관 제청 파문도 종전 법원의 인사를 고집한 것이 원인이었다. 물론 사법부는 지난 7월23일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하면서 개혁 시동을 걸었다.
K변호사는 김영란 판사가 대법관으로 제청됐기 때문에 강 전 장관의 대법원장 기용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사시 20회 출신의 첫 여성 대법관이 제청된 상황에서 차기 대법원장은 이보다 더욱 파격적인 인물이 나와야 개혁이 피부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K변호사의 지적에 법원 출신 변호사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부장판사 출신의 J변호사는 “법원도 어느 행정부처 못지않게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김영란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되면서 이 같은 인사관행은 파괴됐다. 앞으로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서열을 고려하지 않는 인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J변호사는 “김영란 대법관 후보는 지난해 8월 임명된 김용담 대법관보다 사시 기수로 9년 후배다. 이 같은 극단적인 서열파괴가 생기면 조직의 동요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을 예로 들었다. 사시 23회인 강 전 장관이 지난해 2월 법무장관에 임명될 때 검찰에는 강 전 장관보다 사시 기수로 11년 선배인 사시 12회까지 포진하고 있었지만 강 장관 임명이 조직의 동요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강 전 장관이 사시 16회쯤 됐다면 당시 사시 12∼16회 출신 검사들의 반발이 심했을 것이고 일부는 용퇴를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즉 강 전 장관이 현재 대법관들보다 한참 후배인 것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강 전 장관의 차기 대법원장 임명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인사들이 있다. 한 중견 법관은 “언제부터인가 우스갯소리로 강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을 어느정도 마치면 법원으로 컴백해 법원 개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떠돌았다. 그때만해도 모두들 강 전 장관의 대법원장 기용 가능성을 깊이있게 생각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른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제외하고는 판결에 관여하는 자리가 아니다. 인사와 예산을 주로 다루는 자리다. 강 전 장관이 대법원장으로 오더라도 다른 선배 대법관과 부딪힐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 전 장관이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는 확실한 차기 대법원장 후보가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현 정부 초기만해도 아무개 변호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변호사의 개인적인 흠결이 일부 알려지면서 현재로서는 후보군에서 멀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8월 대법관 후보 제청 파문 때 사표를 제출한 박시환 변호사도 차기 대법원장으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평소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박 변호사도 개혁성만 놓고 본다면 후임 대법원장으로 손색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 변호사의 최대 약점은 인지도가 강 전 장관에 낮다는 점이다.
박재승 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후보군 중 하나다. 박 회장은 노 대통령 탄핵사태 때 탄핵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가 지방변호사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던 인물이다. 그러나 박 회장도 인물 자체에서 풍기는 파괴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강 전 장관이 올 내년 4월 이나 10월에 치러지는 재·보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4·15 총선 때와는 현재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4·15 총선 때는 열린우리당이 그야말로 하나의 의석이 아쉬울 시기였다. 총선 올인전략을 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강 장관이 집요하게 총선출마를 제의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과반수를 차지한 현재로서는 100% 당선 가능성이 없는 총선에 무리하게 강 전 장관을 징발할 이유가 없다. 강 전 장관 본인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그것도 출마라는 방법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메이커 강금실. 그녀가 대법원장으로 컴백한다는 것은 아직은 법조타운에서 현재 떠돌고 있는 가설일 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강 전 장관이 어떤 식으로든 중용될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언제 어떤 자리로 복귀하느냐만 남았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