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가장 큰 상처와 말 못할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병역 파동에 연루된 선수의 가족들이다.
“왜 그런 방법이 잘못된 일인 줄 몰랐겠습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야구를 계속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후회스러워요”라며 아들을 나락으로 빠뜨린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눈물을 흘리는 L선수 어머니의 모습은 ‘애처로움’ 그 자체였다.
K선수의 아버지는 고혈압으로 쓰러져 말을 잘 잇지 못하면서도 아들 걱정에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10년 넘게 힘들게 야구해서 어렵게 들어간 프로의 문턱입니다. 이제 겨우 주전 자리를 차지한 마당에 군 입대는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었습니다.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가족들의 공통된 의견은 군대 면제라는 검은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현재의 제도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런 이유가 불법 행위를 용납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병역법 시행령 제49조 ‘예술·체육요원의 특례대상’ 규정에 따르면 운동선수가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 게임 1위, 축구 월드컵 16강’으로 명시돼 있다. 결국 상무가 유일한 돌파구인 셈.
하지만 상무의 인원수가 35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년 10명 정도만이 입대가 가능하며 10자리를 8개 구단으로 나누면 한 팀에서 한 해에 1~2명만이 상무에 갈 수 있는 것이 현실. 따라서 1~2명 안에 들지 못하면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선수 생명은 사실상 끝이라는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선수들이나 가족들이 브로커의 ‘검은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브로커들은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접근을 했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절박한 상황인 선수들에게, 특히 어린 나이의 유망주들에게는 너무나도 솔깃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제안을 받은 선수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고 아들이 성공할 수 있다면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아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 심정이라고.
또 다른 K선수의 어머니는 기자에게 “내 아들이 구속대상이라는 것도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금액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는 사실에 더더욱 놀랐어요”고 말했다.
병역 비리 알선 대가로 4천만원을 지급했다는 K선수의 어머니는 “아들이 달라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었어요. 브로커를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못했기 때문에 금액을 흥정할 수가 없었거든요”라며 브로커가 철저히 자신들의 존재를 숨겼다고 토로했다.
인터뷰에 응한 가족들 중에서 브로커를 만나보았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브로커들은 선수들을 통해서 돈을 요구했고 일처리를 한 뒤에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따라서 선수가 자체적으로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는 아예 가족들이 모르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사건 초기에 구속된 조진호(29·SK)의 가족들이다.
조진호의 어머니는 “미국에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온 아들입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지리 복도 없는 놈….”이라며 아들에게 접근한 브로커가 자식 인생을 망쳐놓았다며 브로커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았다.
최혁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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