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나라 땅을 파는 달나라 대사관 한국지부 대표 권장환씨와 분양 관련 서류들(오른쪽). | ||
어쩌면 밤 하늘의 달을 보며 애인에게 함직한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국에서 달나라의 토지를 3만원에 분양하는 ‘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화제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달나라 대사관 한국 지부’(달나라 대사관). 이 곳에선 지난 16일부터 달나라 땅 1에이커(1천2백24.2평)를 3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달나라 땅을 판다는 이 ‘엉뚱한 소식’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듯하다. 16일 각 언론에서 ‘달나라 땅을 판다’는 뉴스가 나간 뒤 달나라 대사관에는 하루종일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일부에서는 ‘달나라 땅을 판다는 게 말이나 되냐’는 반응이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다’며 애인에게 줄 선물로 제격이라는 반응이다.
달나라 대사관의 대표인 권장환씨(21)는 자신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아직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권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우주소년단을 지낼 정도로 우주와 SF물의 마니아. 달나라 대사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우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때문이었다. 권씨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동업자’ 5명도 모두 우주소년단 출신일 정도로 이들은 우주의 신비한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대학에 들어와 친구들과 어울리던 권씨가 우연히 미국에서 처음 달나라 땅을 판매하는 데니스 호프라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된 징검다리가 됐다.
데니스 호프는 1980년 미국에서 처음 달나라 땅을 분양한다고 해 화제가 됐던 인물. 황당하다고 무시하던 세간의 반응과는 달리 지금은 전 세계 80개국에 지부가 생겼고 2백50만명에게 달을 분양해 7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고 한다.
권씨가 이메일을 보냈을 때 이미 한국에서도 호프에게 사업제휴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권씨와 함께 일을 하는 선배가 말을 잘해서 자신들이 운좋게 사업권을 따냈다고 한다. 이후 권씨와 선배 등 4명이 공동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재학생들이라 서로 시간을 쪼개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권씨는 이메일과 전화통화로 계약을 마쳤다고 한다. 수익을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권씨는 과연 달에 대한 소유권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권씨는 자신이 판매한 달의 소유권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실질적인 효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1967년에 제정된 유엔 우주헌장에 ‘어떤 국가도 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개인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없기 때문에 (소유가) 가능하다”고 권씨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너도 나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권씨는 “데니스 호프가 미국 연방법원에 사업자 등록을 했고 미국 특허청에서 특허도 받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달의 소유권을 인정을 받은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땅은 대체 달의 어느 부분일까. 달의 앞면에서 좌측 4분의 1 지점, 위에서 아래로 3분의 1 지점에 해당하는 곳으로 ‘줄리엣5-쿼드란트 브라보’라고 불리는 지점이다. 이미 미국의 달나라 대사관이 달의 모든 구역에 구역명을 붙여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달의 앞면만 판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측이 가능하고 측량이 완전히 끝난 곳이라야 판매가 가능한데 달의 뒷면은 관측이 안돼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이 분야의 개척자인 데니스 호프도 달을 제외하곤 화성과 금성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달나라 대사관은 더 많은 행성들을 분양하기 위해 관측이 가능한 행성들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달나라 대사관은 한국 판매를 개시하면서 첫 판매분을 7백77개로 정했었다. 그런데 하루 평균 2백 건의 주문이 밀려들어 곧 매진될 상황이다. 권씨는 추가 판매분이 더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여러 사람에게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권씨 자신은 달나라 토지를 과연 얼마나 소유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권씨는 “아직 하나도 사지 못했다. 학생이라 단돈 3만원이 아직 없어서…. 10월3일 여자친구의 생일 때 선물로 사줄 생각이다”며 씨익 웃었다. 그는 달나라 땅에 대한 영업권만 지니고 있을 뿐 소유권은 없는 셈이다.
현재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권씨는 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붐이 시들해지면 그때는 화성, 금성 등 또 다른 행성을 분양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혹시 자신이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미국 본사에 판매 기록이 남아 있고 해마다 유엔에 보고하기 때문에 분양 받은 사람들의 소유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권씨의 입장이다.
젊은이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사업이 이색적인 것에 대한 반짝 관심으로 그칠지, 아니면 우주와 꿈을 파는 미래사업으로 성장할지 좀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