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 현장에서 즉사하거나 병원 후송 도중 사망한 사람은 55명에 이르렀고 19명만이 역무원들의 신속한 대처로 목숨을 건졌다. 즉 1년에 11명 가량이 서울 지하철에서 투신 자살을 한 셈이다.
2004년에도 투신 자살 행렬은 이어졌다. 8월 말까지 현재 총 12명이 지하철에서 몸을 던졌다가 8명이 죽고 4명만이 목숨을 건졌다.
이들은 승강장에 서 있다가 전동차가 다가오는 순간에 몸을 던지는 것을 생을 마감하는 방법으로 주로 택했다. 미리 선로에 내려가 구석에 숨어 있다가 전동차가 역안으로 들어올 때 이를 향해 몸을 날렸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지하철에서 몸을 던진 것은 대부분 신상 비관 때문이었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사정이나 각박해진 사회 풍토가 결국 이들이 지하철에서 목숨을 버리게끔 만든 것이다. 반면 부주의로 인해 어이없이 목숨을 잃은 경우도 제법 눈에 띈다. 다음은 지하철에서 일어난 사망·부상 사고 사례들이다.
한 30대 남성은 간질병 전력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다가 결국 돌진하는 열차를 향해 몸을 던졌다. 취업 문제로 고민하던 29세 남자가 지하철 선로에 미리 뛰어들어 있다가 다가오는 전동차에 몸을 날린 경우도 있었다. 최근 청년실업문제가 지하철 투신 자살률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수능을 앞두고 성적 저하를 비관한 수험생이 다가오는 전동차를 향해 몸을 던진 경우도 있었으며 며느리와의 갈등 때문에 고민하다가 선로에 뛰어내려 최후를 맞이한 할머니도 있었다. 유흥주점에서 일했던 한 30세 여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가 다가오는 전동차를 향해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코리안드림을 이루려 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하철에서 목숨을 버린 일도 적지 않았다. 얼마 전 강제출국 명령을 받은 한 스리랑카 출신 불법 체류자가 선로에 몸을 던졌는가 하면 불법 체류가 더 이상 어려워진 한 몽골인 노동자가 전동차에 몸을 던져 타국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건강문제로 고민하다가 목숨을 버린 경우도 제법 눈에 띈다. 암을 앓고 있던 환자가 선로에 뛰어내려 다가오는 열차에 몸을 던진 경우처럼 신병을 비관해 자살을 기도한 경우가 2000년부터 2004년 8월 사이에 4건 발생했다. 정신지체장애를 이겨내지 못하고 지하철에서 몸을 던진 경우도 있다. 정신지체장애나 우울증을 앓다가 이를 비관해 자살을 기도한 경우만 총 17건. 그 중 10명은 목숨을 잃었다.
한편 순간의 부주의로 인해 지하철에서 비명횡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음으로 인한 부주의로 2000년에서 2004년 8월까지 총 5명이 목숨을 잃었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 중년남성은 송년모임에서 과음을 한 뒤 지하철역에서 발을 헛디뎌 선로에 추락해 전동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한 50대 남성은 등산 이후 뒤풀이 자리에서 과음을 했다가 지하철 안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문밖에 머리를 뺀 채 구토를 하다가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밖에 실수로 지갑을 선로에 떨어뜨렸는데 이를 주우려고 선로에 뛰어내렸다가 전동차를 피하지 못해 사망한 경우도 있었고 선로에 떨어뜨린 서류뭉치를 주우려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돼 가까스로 살아난 경우도 있었다. 자신이 내릴 곳을 지나치자 열차 운행중에 객실문 코크를 임의로 열고 하차하려던 한 중년남성이나 유모차가 문에 끼어서 이를 빼내려 했던 한 여성 그리고 승강장에서 빈혈 증세로 쓰러졌다가 전동차에 부딪친 한 남성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중상을 입으면서 지하철에 관한 ‘안좋은 추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