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의 S룸살롱 입구. 이곳에서 현직 판사가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 ||
특히 검찰 조사 과정을 통해, S룸살롱 여종업원들도 지난해 업주를 폭력 및 윤락행위알선으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변호사, 판사 및 검·경찰 직원, 관공서 직원 등 약 30여 명의 이름이 포함된 속칭 ‘2차 접대 리스트’를 증거물로 제출한 사실까지 드러나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내사에 착수한 검찰은 부장급 검사를 현지에 파견해 S룸살롱 및 업주 A씨와 K변호사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다. 또한 ‘춘천지방법원 출신 C판사 및 춘천지검 직원, 강원지방경찰청 간부 1명 등이 업주와 친분이 있는 K변호사로부터 2차 접대를 받았다’는 진정 내용과 관련, 대가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K변호사 이외에도 춘천 지역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 등 여러 인물이 C판사와 술자리에 동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자 올해 연이은 법조 비리로 몸살을 앓던 법조계가 또 다시 술렁이며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호사가 판사에게 2차 접대를 했다”는 보도가 나간 후 춘천 S룸살롱의 업주 A씨 및 K변호사, C판사 등은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특히 A씨는 외아들이 사고로 사망하고, 그 뒤 여 지배인의 부방위 진정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S룸살롱은 물론 함께 운영하던 S레스토랑까지 문을 닫은 상태.
K변호사나 C판사 역시 사건이 불거진 직후 “2차 접대는 없었다”는 말만 남겼을 뿐 파문이 커짐에도 말문을 닫고 있다. 특히 C판사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을 예상한 듯 10월 초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C판사는 서울에서 변호사 개업을 할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 결과 일부 보도와는 달리 아직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은 하지 않았다.
룸살롱 주변 음식점이나 주점 업주들 역시 이번 파문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 없다’는 분위기. S룸살롱이 춘천 지역에서는 가장 ‘물 좋기’로 소문나 있고, 업주 A씨가 법조인 및 공무원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룸살롱 여 지배인이 부패방지위원회에 진정을 낸 사실과 여종업원들이 경찰에 변호사 등 공직자들이 포함된 ‘고객 리스트’를 건넨 부분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인근 상인 대다수는 “원래 A씨가 주변 사람들과는 전혀 교류도 없었으며 인사 한 번 나눈 적이 없다”며 “보도를 보고 나서야 K변호사가 판사를 접대했다는 곳이 S룸살롱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20여 개 룸살롱 및 단란주점 관계자 역시 정확하게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는 눈치. 단지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S룸살롱 업주와 여종업원들이 자주 마찰을 빚었다는 얘기는 적잖이 들려왔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여종업원들이 업주를 두 차례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과 9월 S룸살롱의 K씨 등 여종업원 세 명이 원주경찰서와 춘천경찰서에 업주 A씨를 “윤락행위알선으로 처벌해 달라”며 그 중 K양이 다이어리에 쓴 20명의 고객과 또 다른 K양이 10명의 고객 명단을 제출했다는 것.
지난해 7월3일 여종업원들의 고소장을 받은 원주경찰서는 5일 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검찰이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곧바로 사건을 이첩 받은 춘천경찰서도 두 달여 뒤인 9월18일 업주 김씨에 대해 윤락행위방지법위반 등으로 영장을 신청, 검찰이 법원에 청구했지만 이틀 뒤인 9월20일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춘천지방법원에 확인한 결과, 춘천경찰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6일 후인 지난 9월26일 업주 A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이 춘천지방법원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도 여종업원들은 A씨의 또 다른 혐의에 대해 고소했고 검찰은 몇 차례 추가로 공소장을 접수시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1월30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7월15일 두 건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야간 집단 흉기 등 상해) 등 세 건의 공소 사건이 9월26일자 공소 제기 사건과 병합돼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중이다.
관심의 초점은 K변호사의 이름이 왜 느닷없이 거론되고 있고, 과연 C판사가 K변호사로부터 실제 대가성 접대를 받은 것이며, 또 다른 판·검사들도 C판사처럼 K변호사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는지에 대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업주 A씨의 사건 담당 국선 변호인이 K변호사라는 점은 룸살롱의 여 지배인이 부방위 진정 당시 K변호사를 언급한 동기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부분. K변호사는 지난해 11월20일 A씨의 변호인 선임계를 법원에 제출하고 1년여간 A씨를 변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K변호사는 지난 10월18일 A씨에 대해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변호를 포기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K변호사와 C판사에 대해 둘 사이가 그다지 절친한 관계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심지어 춘천지검 주변 및 일부 현지 언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울 언론이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며 “C판사가 재수가 없어 당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C판사는 A씨 사건을 배당받은 형사 2단독이 아닌 민사부 소속이라는 점에서 C판사가 또 다른 판사들에 이끌려 룸살롱에 갔다 낭패를 본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비록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판·검사는 없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10월29일 박영수 고검 차장 검사가 “일반 직원들은 서로 교우 관계 등으로 함께 술집을 출입할 수 있다. 판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고 ▲또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C판사가 K변호사와 만난 술자리가 법원 정기인사로 다른 지역으로 전보되는 아무개 판사를 위한 환송회 자리였으며 ▲춘천 지역 출신 변호사도 함께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왔다는 점에서 지역 검찰 및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모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내에서 고검의 수사와 감찰 기능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또한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의 설립 추진에 검찰이 암묵적인 반대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과연 서울고검이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