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규 법무부 장관(왼쪽), 송광수 검찰총장 | ||
그러나 논란의 중심이었던 법무부의 감찰 기능 확대 문제가 전면 백지화된 것이 아니라, 법무부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감찰관 임명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되면서 검찰 내부 불만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록 감찰실을 장관 직속으로 확대하자는 법무부의 기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검찰 자체의 감찰은 실효성이 없다’는 법무부의 의지가 뚜렷하게 관철됐기 때문이다.
일단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감찰관 신설’을 둘러싼 갈등은 공식적으로 ‘봉합’이 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법무부는 법무부 내 감사관실을 감찰실로 확대 개편하면서 감찰실에 검찰의 지휘 감독 기능까지 부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었다. 게다가 감찰실이 필요할 경우 보충 감찰도 실시할 수 있다는 의지까지 피력해 검찰의 강한 반발을 샀다.
강경한 법무부 태도에 자극을 받은 검찰이 이에 질세라 곧바로 법무부의 감찰 기능 강화 방안과 관련, “장관의 지휘를 받는 법무부 감찰관이 검사 감찰을 하는 것은 정치적인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극에 달하는 듯했다.
이후 ‘검찰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성이 높다’는 여론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검찰 주변이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제 살 깎기에 너무 주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자꾸 불거졌다. 그러자 법무부가 한발 물러나 검찰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장관 직속의 감찰실보다 한 단계 낮은 감찰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현재 법무부의 검찰감찰권 이양 문제는 대검 감찰부가 1차적으로 검찰 내부를 감찰하고, 법무부 감찰관이 보충적으로 감찰에 나서는 방향으로 입장 조율이 이뤄진 상태다. ‘전체 감찰권 이양’을 포기하는 ‘절충안’을 제시, 검찰의 반발을 일단 최소화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검찰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검찰의 일반 감찰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던 송광수 검찰총장의 ‘사견’이 결과로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하지 않았냐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검찰감찰권 일부를 행사하게 되는 것은 검찰로서는 분명히 악재 요소라는 내부의 목소리로 만만치 않다. 그동안 검찰은 외부적으로 “검찰감찰 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내심 법무부가 검찰권 이양을 포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게 사실.
특히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설치될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법무부 감찰관의 업무가 중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검찰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검찰 내부에선 공수처가 비리공직자에 준기소권 및 인사검증권까지 확보하면서 법무부 감찰관 시스템과 연계될 경우, 검찰 전체 조직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3월에 인선될 부장급 검사들은 물론, 4월에 취임할 새 검찰총장이 ‘이중 견제’가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내부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견해에 법무부는 단지 검찰감찰권 일부 이양으로 인해 검찰과의 대립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 감찰권은 검찰의 자체 감찰권을 보완하는 형태로 발휘되기 때문에 법무부 자체적으로 검찰을 옥죄려 한다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못 박았다. 공수처와의 업무 중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수처는 형사처벌 대상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법무부 감찰 업무와는 전혀 중복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의 ‘염라대왕’으로 나설 감찰관은 차관급이 아닌 검사장급으로 오는 2월에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일부 보도에는 법무부가 감찰관 임명을 2월1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감찰권 일부 이양에 따른 규정 정비 등의 이유로 임명 발표는 중순 이후에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단 법이 만들어졌으니 법을 시행할 수 있는 령을 정비하고 규칙을 만들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월1일 감찰관을 임명 발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검사장급 감찰관 인선 작업이 구체화되면서 과연 누가 검사들의 ‘암행어사’가 될 것인지도 검찰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부분이다. 검찰 내부의 관계자들은 물론 서초동 주변 변호사 업계까지 나름대로 정보망을 가동, 감찰관 후보 파악 작업에 골몰하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아직까진 법조계 주변에서 감찰관 후보에 대한 하마평은 거의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의 부장 검사 및 검사장들 사이에서도 외부가 아닌 현직 검찰 검사장급에서 감찰관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검찰청 감찰부장 출신인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과거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감찰통’ 검사들을 가장 유력한 후보군에 올려놓고 있다는 ‘설’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한 지붕 내에서 ‘샅바싸움’을 유발시킨 감찰관 제도가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 과연 어떠한 새 구도를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