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축구계는 용병으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벌어진 비리 사건이 적발돼 구단 직원, 에이전트, 코치 등이 사법 처리돼 큰 파문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13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됐고 4명은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의 수사가 예상과 달리 전방위로 넓어지고 에이전트를 비롯해 구단 직원들이 구속되자 구단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구단들은 연맹 차원에서 검찰 수사를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며 연맹을 압박했다.
연맹은 서울에 위치한 A법무법인에 용병비리사건에 대한 법률적인 대책을 의뢰했고 1억원을 수임료로 지불했다. 연맹은 이사들에게 변호사 선임에 대해 충분히 알려줬고 허락을 받았다고 했지만 일부 이사들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연맹이사는 각 구단의 단장이 맡고 있다.
통상 비밀에 부쳐지는 수임료는 지난 11일 연맹 이사회를 통해 밝혀졌다. 당시 연맹은 이사회 진행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또 변호사 선임 용도는 용병비리사건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구단들에게 법률적인 편의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부 이사들은 연맹의 변호사 선임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누구에 대한 변호가 필요해 1억원이란 거금을 들였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B구단 단장은 “돈 액수가 그렇게 거액인지는 이사회 때 처음 들었다”면서 “용병이 없는 광주 상무를 제외하고 12개 구단의 변호를 위해서라지만 한 일이 없는데 변호사를 왜 선임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그는 또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거 아니냐”는 말로 의구심을 털어 놓았다.
반면 다른 이사들은 “어쨌든 검찰수사가 확대되지 않고 마무리됐기 때문에 수임료는 적당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2개 구단별로 나눠보면 1천만원에도 미치지 않는 소액인데 굳이 문제를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거액 수임료를 들여 검찰 칼날의 수위를 낮췄다며 ‘지나간 일은 덮자’는 반응이다 .
그러나 17명이나 사법처리된 상황에서 과연 변호사의 역할이 있기는 했느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연맹은 이에 대해 “용병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여론에선 연맹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거셌다. 변호사 선임에 대해서는 구단들의 요구가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수임료가 거액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보기 나름”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변호사업계에서도 조언과 컨설팅의 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선 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C변호사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2천만원이 상한선이다. 1억원이면 엄청난 거물급 변호사기 포진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맹은 변호사 과다 지급 수임료 반환소송을 제기해서라도 수임료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형사사건에 조언과 컨설팅이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 수임료는 마치 고무줄 같다”고 말했다. 보통 수임료는 비밀에 부치는게 관례인데 A법무법인으로서는 황당할 것”이란 말도 보탰다.
한편 A법무법인은 1억원 수임료에 대해 “연맹과 산하 구단들에게 조언을 해 준 것”이라며 “예상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 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전화통화는 물론이고 법무법인을 방문해 상담을 한 구단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A법무법인은 또한 “거액이라고 하지만 다른 법무법인에 비하면 적은 수임료”라며 “세금 신고도 다했기 때문에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