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후 국내에서 담배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국내 유명인사 54명이 ‘담배 제조 및 매매 금지’ 법안을 국회에 청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마련한 법안에 따르면 관련 법이 제정된 뒤 1년 후부터는 임산부에게 담배를 파는 것이 금지되고 10년 후에는 담배의 제조는 물론 판매와 수출입도 모두 금지된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담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어지는 셈.
이 법안의 청원인 54명에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 박원순 변호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윤송이 SK텔레콤 상무, 이학영 한국 YMCA 사무총장, 이행자 대한YWCA 회장,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 각계 저명인사와 김병찬·김윤지 아나운서, 박지은(골프)·유승민 선수, 황영조 감독, 하일성 야구해설위원, 탤런트 임현식 등 방송 및 스포츠 스타들이 망라돼 있다.
특히 박삼구 회장과 탤런트 임현식 씨는 가족이 폐암으로 사망한 뒤 열렬한 ‘금연 전도사’가 됐다.
입법 청원을 주도한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56)은 이들 청원인들을 일일이 만나 뜻을 모았다고 한다.
“흡연으로 인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막대하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일단 필요해 누구에게나 존경받고 또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먼저 설득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분들도 취지를 설명하자 대부분 흔쾌히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 법안에 대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 원장은 17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도록 하기 위해 의원들을 한 명씩 직접 만나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만난 1백78명의 국회의원 중 1백24명이 이 법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머지 가운데 26명은 취지 동감 또는 보류, 24명은 미결정, 4명은 반대의 뜻을 밝혔다고. 이 법안의 청원 소개인은 최재천·정의화·단병호·손봉숙 의원 등 4명이다.
그러나 법안의 취지에 찬성을 한 의원들이 실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찬성표를 던질지는 미지수. 성인의 29%(성인 남성의 경우 57%)를 차지하는 흡연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업이 사라지게 될 농가나 판매상, 담배 제조사 등의 저항도 우려된다. 제세 수입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정부 및 지자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박 원장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복안이 있다고 말한다.
“흡연자들의 반발 외에도 담배 재배 농가와 영세 판매상의 생계, 담배에 부과된 세금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농가에 대한 지원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면 저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10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 직후 한국소비자연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회의원 2백99명 중 83명이 흡연자라고 한다. 흡연에 대해 미련이 없는 과반수 이상의 의원들이 이 법안의 취지에 적극 동참할지, 아니면 담배제조사나 흡연자들의 눈치를 볼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