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25일 이정일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
이번에는 이 의원 부인 정아무개씨(56)의 ‘수상한’ 주식 거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씨는 이 의원과 함께 최근 검찰에 출두해 불법 도청 건에 대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부인 정씨가 증권업계 대부로 꼽히는 사돈 Y명예회장이 창업주로 있는 D증권에서 일임매매 형식으로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하다 손실을 입은 뒤, 증권거래소에 분쟁 조정 신청을 제기해 다시 D증권으로부터 투자 손실액 일부를 보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요신문>이 증권거래소에 문의한 결과, 정씨가 D증권에 대한 분쟁조정민원을 제기한 것은 사실임이 확인됐다.
'일임매매’란 고객이 직접 원하는 종목의 유가증권을 원하는 수량만큼 사고파는 대신 유가증권 매매와 관련된 종목, 수량, 가격의 결정 등 모든 행위를 증권회사 임직원에게 맡기는 것.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씨가 D증권에서 주식 거래를 한 것은 지난 2002년 12월. 정씨는 D증권사와 주식 거래 일임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D증권사에 위탁계좌를 개설해 거래소 종목에 12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약 10억원의 투자 손실을 입은 정씨가 증권거래소에 손해배상 민원을 청구한 것은 지난 2003년 7월. 곧바로 분쟁조정심의회를 열고 양측의 주장을 통해 사실관계를 검토한 증권거래소는 주식 거래 과정에서 D증권사의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D증권사는 정씨에게 손해금액 일부를 배상하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거래소는 그간의 법원 판례와 당시 주가 변동률, 그리고 정씨의 관리 소홀 책임을 적용해 청구금액의 일부를 과실상계한 뒤 손해배상액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의 결정이 있은 후, D증권은 정씨에게 증권거래소가 결정한 금액을 배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주식 피해 보상 사례의 경우, 증권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투자자의 과실, 주가 하락 등의 이유로 손실 금액의 50% 정도를 배상 금액으로 중재하는 것이 법원의 대체적인 판례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정씨가 2003년 7월 D증권에 대해 투자 손실액 10억원을 되돌려달라며 증권거래소에 문제를 제기한 것과 증권거래소가 청구금액의 일부를 D증권이 배상하라고 결정한 점은 사실”이라며 “증권사와 정씨의 일임매매계약과 주식 거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민원 내용, 배상 액수, 분쟁조정 심의 과정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D증권 관계자 역시 정씨의 주식 거래 내역과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개인 신상 보호 차원에서 어떠한 점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씨가 다른 관련 기관을 두고 유독 증권거래소에 사돈의 회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점에 대해서는 우선 보상은 챙기되,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는 게 증권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금감원에 고발하거나 법정 소송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신분 노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증권거래소를 택했다는 얘기다.
증권거래소의 결정에 D증권사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절대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투자자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금감원이나 증권거래소의 결정이 증권사들의 이행 거부로 법정 소송 절차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액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D증권사가 별다른 항변 없이 수억원을 배상했다는 점에서 두 집안의 관계가 새삼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집안은 Y회장의 넷째 아들과 이 의원의 막내딸이 지난 98년 혼인하면서 사돈 관계를 맺었다.
한편 이 의원은 재산 신고에서 부인 정씨의 이 같은 주식 투자 내역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3~05년에 신고한 이 의원의 재산 내역에는 부인의 주식 보유 현황과 손해 배상금 관련 내용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12억원대로 알려진 주식 일임매매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의원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식 일임매매는) 처음 듣는 얘기다. 이 의원과 D증권 창립주가 사돈 관계인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은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기자는 당사자인 이 의원과 부인 정씨에게 주식 일임매매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 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대구에서 불법 도청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의원과 정씨는 언론을 의식,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