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을 초월하는 일진회 학생들의 폭력과 변태행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영화 <늑대의 유혹>의 한 장면으로 기사내용과는 관련 없음. | ||
일부 일진회의 극단적인 일탈행위 실상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정부와 일선 교육계가 일진회를 각기 다른 입장에서 해석하고 나서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경찰과 정보통신부 등은 ‘일진회’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엄단하겠다는 강경 의지를 공식 표명하면서 일진회 실체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인 반면, 일부 학교들은 자신의 학교에는 공식적으로 일진회가 전혀 없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와 상반된 입장을 취하면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각 언론은 일진회 가담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일진회의 또 다른 실상을 연이어 부각시키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최근 언론 등에 공개된 ‘일진회’의 충격적인 실상이 한 교사에 의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문의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선 우선 ‘일진회’의 의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진회에 가입된 학생들이 말하는 진정한 일진회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흔히 얘기하는 ‘싸움 잘하는 학생들의 모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일부 언론에서 ‘일진’의 한자를 ‘一陳’으로 표기한 부분도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현재 A중학교 내 일진회에 가입돼 있다는 정아무개군(16)은 일진회에 대해 “싸움뿐만 아니라 외모나 성격, 성적 등이 최고인 아이들이 모임”이라고 말했다. 즉 어떠한 분야에서 또래보다 우위라고 자부하는 아이들끼리 모인 조직이 일진회의 올바른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일진회를 한자로 한 일(一)자와 참 진(眞)자를 써서 ‘一眞會’라고 풀이하는 것처럼 또래 친구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진정한 1등만이 모여 있는 것이 일진회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일진회에 가입된 학생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상당히 도전적이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말이다. 지난 3월 초 경찰청 워크숍에서 충격적인 일진회 실상을 공개한 전농중학교 정세영 교사는 3월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진회 학생들은 남보다 더 나아 보이려는 욕구가 무척 강한 아이들”이라면서 “이들은 동료 학생들로부터 듣는 최고라는 칭송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전했다.
지역 연합을 이룬 거대 일진회를 제외하고, 일선 학교에 분포된 적은 규모의 일진회 대부분은 비슷한 취미와 성향을 가진 7~8명의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학교 교사들과 일진회 가입 학생들에 따르면, ‘외모가 연예인처럼 뛰어난 일진회’, ‘돈이 많아 명품만을 사 모으는 노블레스(귀족) 일진회’에서부터 ‘법대나 의대에 진학하고픈 일진회’, ‘운동을 잘하는 일진회’,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는 일진회’, ‘페이스(얼굴 표정) 유지 잘하는 일진회’ 등 각기 독특한 일진회들이 수시로 조직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진회들이 필요에 따라 연합체를 구성하기도 하고 또 다시 연합체에서 탈퇴하는 등의 과정을 수시로 반복하면서 생존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 여기에 이른바 ‘1진’들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일반 학생들이 일진회에 가담하면서 조직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일진회 학생들은 자신들이 ‘시대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한다. 일진회가 비록, 일본의 만화나 영화에서 모방한 것이기는 하지만 ‘왕따’ 등 일진회 소속 학생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 코드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을 곁에서 바라본 학교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제는 상당수 일진회가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과다한 폭력과 변태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이다. 특히 경계할 부분은 이러한 일진회들이 지역적으로 연계해 광역화·전국화된 조직망을 갖추고 일부는 조직폭력배와 맥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진회가 10대들의 ‘동경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사고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거대 일진회에 속속 가담해, 이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교사는 전국 40만 명 정도가 이 같은 ‘과격’ 일진회 회원으로 가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 교사 등 일부 교사들과 일진회 회원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알려진 이들 일진회의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미 놀이 문화의 ‘한계’를 넘어선 수준이다.
동료 학생들에게 돈을 강취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진회 학생들에게 ‘재수 없이’ 걸린 몇몇 순진한 학생들은 아예 이들의 계좌로 매일, 혹은 매달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한다. 이들은 주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 데이’ 등 남녀가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에 학생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액수도 수백만원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폭력 수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일진회 간의 싸움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폭력도 문제지만 자기들 나름대로는 ‘놀이’라고 칭하는 ‘기절 놀이’ 등은 자칫하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사회적 이슈를 ‘모방’한 폭력 놀이도 학원 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의 문화. 실제 지난 김선일씨 사망 사건 이후에 이라크 무장 단체들의 참수 장면을 직접 칼 등으로 흉내를 내거나,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을 빗대어 학급 반장 등을 탄핵한다는 이유로 거의 실신을 시켰던 일진회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갖가지 폭력 수법 등을 설명한 그림과 글을 올려놓고 있다. 또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나 선생님에게 겁을 주는 몸동작에서부터 ‘상처 안 나게 때리는 법’, ‘호흡이 순간적으로 멎게 때리는 법’, ‘여학생 생리 안 나오게 때리는 법’, ‘짱이 되는 비법’ 등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보를 회원들끼리 주고받고 있다.
조직폭력배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청부 폭력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전에는 서울의 한 중학교 일진 여학생이 자신과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를 손봐달라는 같은 반 남자친구의 부탁을 받고 그 여학생을 구타해 전치 6주 이상의 상해를 입힌 적도 있다고 한다. 때로는 이러한 청부 폭력이 보복 폭력을 낳거나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교통사고 자해 사기까지 나선 일진회 학생 90여 명이 무더기로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4개 중학교 학생 60여 명과 수원 지역 일진회 출신 학생 30여 명이 그 장본인들.
이들은 차량을 이용해 좁은 골목길에서 옆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백미러를 치면서 운전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수법으로 합의금을 타내거나, 50대 이상의 노인들이 운전하는 외제차에 고의로 충돌해 합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기다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이들 사이에 음란, 변태적인 행위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일진회 학생 남녀가 알몸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는 ‘섹스머신’ 놀이나 노예팅 놀이 등은 이미 오래전 유행한 것들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성범죄’가 이들의 유희로 등장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해준다. 지나가는 여학생들이나 다른 일진회의 여학생들을 누가 빨리 강간하느냐는 ‘강간 놀이’ 등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으며, 성관계 경험이 없는 여학생들과만 관계를 갖는 일명 ‘아다놀이’ 등이 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 등에서 만난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이것을 미끼로 여학생으로 하여금 앵벌이를 하게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학생이 주도적으로 구성된 일진회 사이에서도 역시 얼짱 남학생과 먼저 잠자리를 하는 학생이 ‘짱’으로 올라서거나 일정 액수의 회비를 차지하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는 후문. 이 학생들은 특히 혹시나 모를 임신을 대비해, 피임하는 법, 낙태 수술 해주는 산부인과 등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하며, 심지어 낙태수술을 위해 돈을 모으는 계까지 조직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 일부에선 산이나 주택 등에 불을 지르거나 허위 신고를 하는 등 경찰, 소방서의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놀이도 자주 행해지고 있으며, 정상적인 학교 수업을 방해하고 심지어 교사를 위협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중학교 생활지도 교사는 “일탈 행동을 해서라도 자신들을 과시하려는 게 일진회 학생들의 특징”이라면서 “이들의 그런 욕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 때에야 일진회로 인한 폐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