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용준 | ||
미즈노씨를 공격하고 나선 인물은 다름 아닌 한·일 고대사 연구 전문가 장팔현 박사. 장 박사는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일본인 방송인 미즈노씨가 저술한 두 서적, <한국인의 일본위사(韓國人の日本僞史)>와 <엉터리책, 한국전쟁발발(韓日戰爭勃發)!?>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부정하고 있다며 미즈노씨의 정체성에 강한 의구심(<일요신문> 667호 참조)을 제기한 바 있다.
오는 3월 말 미즈노씨의 극우 행적을 담은 <미즈노를 통해 본 일본(가제)>을 출간할 계획인 장 박사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료 수집 중 <쇼쿤> 등 일본 우익 잡지에서 미즈노씨가 남북 통일, 한류, 욘사마 등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소개한 글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장 박사가 <일요신문>에 공개한 미즈노씨의 글은 <사피오> 2003년 10월8일자와 2004년 8월18일자, 그리고 <쇼쿤> 2004년 8월호에 실린 기고문. 이 두 잡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잡지로 꼽힌다.
우선 <사피오> 2003년 10월8일자 글에서 미즈노씨는 남한에서 제작된 북한 소재 영화를 문제 삼았다. 제목에서부터 ‘북한 미녀군단에 손쉽게 농락당하는 한국판 남북 바보 멜로드라마의 안이함’이라는 다소 ‘조롱’ 조의 표현을 써가며 글을 시작한 미즈노씨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미녀응원단’이 인기를 얻은 이후 제작된 <휘파람 공주>, <남남북녀> 등의 영화가 북한의 현 상황을 전혀 무시한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 미즈노씨의 글이 실렸던 <사피오>(왼쪽)와 <쇼쿤>. | ||
특히 장 박사는 미즈노씨가 글 마무리에서 “남북통일은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한국 네티즌의 말을 빌리면서 “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인가…”라고 남북통일 가능성을 재차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대목은 일본 내의 우익 정서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피오> 2004년 8월18일자 기고문은 일본인들이 한류의 물결 속에서 지나치고 있는 점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겨울연가로는 알 수 없는 한국 드라마 속의 이상한 일본인’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미즈노씨는 “일본에서 방영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일본인이 등장하지 않고, 반대로 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일본인은 실제 일본인과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즈노씨는 그 사례로 <행복한 고독>, <굿바이 도쿄>, <애란(愛亂)>, <재즈 바 히로시마> 등의 한국 영화를 지목했다. 미즈노씨는 “이러한 영화는 일본 여자를 모두 ‘순종적이고 음란한 여자’, 남자는 ‘야비하고 잔인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94년 SBS가 방영한 드라마 <아키코의 꽃신>에서 식민지 시대 조선에서 일본인 경찰서장의 아내와 조선인 머슴이 사랑을 해 딸까지 낳는다는 내용이나 96년 KBS가 방영한 <며느리 삼국지>에서 한국 가정에 시집온 미치코의 아버지가 서울에 와 ‘종군위안부, 독도 문제는 일본의 잘못이다’고 무릎 꿇고 사죄하는 장면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미즈노씨는 2004년 8월 일본 극우 월간지 <쇼쿤>에도 특집으로 <내외로 반일감정-욘사마까지 반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배용준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이색’ 주장을 제기했다.
미즈노씨는 배용준이 2004년 1월19일 한국의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고이즈미 총리 등 관료들의 독도 발언에 대해 ‘나도 한국 사람으로서 일본인들의 독도 망언에 화가 난다’는 입장을 밝힌 부분을 언급한 뒤 “고이즈미 총리가 ‘겨울연가통’을 자청하며 떠받든 욘사마가 독도 문제로 대단히 화가 나셨다…”라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다.
미즈노씨는 배용준이 2004년 4월과 7월 <뉴스위크> 일본판과 <겐다이> 등의 일본 잡지에서는 개인적인 대일감정을 밝히는 것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점을 들면서 “배용준이 반일감정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은 일본에 대한 속마음이 일본인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특히 미즈노씨는 이 글에서 “배용준은 친일파가 아니다”는 주장을 재차 언급하면서 “일본에 알려진 욘사마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연출된 것으로, 배용준의 진정한 속마음이 아니다”며 욘사마와 한류를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 <쇼쿤>에 실린 미즈노씨의 글. | ||
그러나 미즈노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북통일이나 한류 자체를 부정하는 의도로 글을 쓴 것은 아니다”며 장 박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즈노씨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은 글을 가지고 마치 내가 우익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심정을 밝혔다.
‘한국판 남북 바보 멜로드라마’나 ‘욘사마까지 반일?’ 등 글 제목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출판사에서 나름대로 제목을 선정적으로 붙인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남북통일을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는 장 박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일본인들은 남북통일을 다 원한다”고 받아쳤다.
배용준과 한류에 대해서는 “일본인들이 한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글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배용준이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표현한 부분은 “배용준이 일본인들을 싫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사람도 애국자라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즈노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내가 한국을 잡으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냐”라고 반문한 뒤 “일본 사람들에게 내가 한국에서 극우 인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하니 다들 깔깔 웃을 정도로 나는 극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28일부로 전남대와의 계약이 만료된 미즈노씨는 이번 학기에 가톨릭대 성심교정 언어문화학부 일어일본문화전공 강사로 선임돼 ‘일어작문’ 강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