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본’ 사법연수원 7기들. 왼쪽부터 정상명 대검 차장, 안대희 서울고검장, 이종백 서울지검장. | ||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단행한 이번 인사에 대해 외부에서는 ‘조직안정’에 주안점을 둔 무난한 인사라는 평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일부에서는 반발과 서운함의 목소리들도 새어나오고 있다. 아무리 잘한 인사도 불만이 전혀 없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코드인사’ 등 뒷말이 적지 않은 편이다.
일각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사시 17회(사법연수원 7기)들이 너무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예상은 됐던 ‘7기들의 각개약진’이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니 ‘상상 이상’이라는 평도 나온다. 우선 7기들은, 총장 밑의 검찰 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대검 차장을 정상명 전 대구고검장이 차지했고, 고검장급 중 다음으로 요직인 서울고검장에는 안대희 전 부산고검장이 ‘금의환경’(錦衣還京)했다.
특히 지적되는 것은 같은 7기인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이다. 서울지검장이 이번 인사부터는 고검장급으로 승격됐기 때문에 이종백 지검장은 사실상 승진한 셈이다. 서울지검장은 이른바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요직. 모든 검사들이 원하는 자리여서 한 사람이라도 더 기회를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유임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 김상희 법무차관, 서영제 대구고검장, 홍석조 광주고검장 | ||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7기들이 약진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검찰 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그룹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가 적지 않다. 실제 정상명 차장은 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에서 스터디그룹도 함께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가는 것은 물론 퇴임 이후까지 고려해 동기들을 중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코드인사’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사실 현 김종빈 총장이 연수원 5기이기 때문에 검찰 내 직속 후배는 6기다. 그러나 6기들은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급 중 ‘한직’인 법무연수원장(임래현)과 법무부 차관(김상희·유임), 대구고검장(서영제)으로 밀려났다. 서영제 고검장은 전임이 대전고검장이기 때문에 지방을 ‘뺑뺑이’ 도는 셈이다. 인사에 앞서 김재기, 윤종남 등 6기 지검장들은 고검장 승진을 못하고 옷을 벗었다. 검찰 내에서 7기가 약진한 반면 6기는 ‘찬밥’ 신세가 됐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차기 총장도 7기에서 나올 것이란 풍문이 파다한 상태라 6기들의 열패감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검찰 내 ‘짝수기수 찬밥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임 송광수 총장이 3기였고 현 김종빈 총장이 5기, 차기 총장이 7기라면 그 사이에 낀 4기, 6기들은 ‘그저 자리만 채우고 있는’ 셈이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음 짝수 기수인 8기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 박만 성남지청장 | ||
다음으로 검찰 일각에서 예의 주목하는 부분은 검찰 4대 요직 중 두 곳인 서울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의 유임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서울지검장은 노 대통령 동기인 이종백 지검장이 고검장급으로 승진하면 자리를 지켰고 ‘검찰의 황태자’라 불리는 검찰국장도 임채진 검사장이 유임됐다. 검찰국장은 일반 국민들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검찰 중견 간부 이하의 인사는 물론 수사와 제도개선 등 검찰의 주요 업무를 총괄하는 요직 중 요직이다.
특히 이종백 지검장과 임채진 국장은 둘 다 경남이 고향이고 나란히 부산고를 나왔다. 정가의 시각으로 보자면 현 정권의 중추인 이른바 PK의 ‘적자’들인 것이다.
12명이 대거 승진한 검사장 인사에 대해서도 뒷말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연수원 11기 중 자타가 공인한 선두주자였던 박만 성남지청장의 탈락이다. 박 지청장의 탈락에 대해서는 지난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를 무리하게 구속한 책임자이고 특히 여권 실세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등 말들이 많다. ‘공안통’이라는 ‘원죄’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검찰 내에서는 그보다 더 큰 배경으로 그가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시절 다루었던 사건 중 몇 건이 무죄가 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중수부에서 수사했던 김태정 전 총장 관련, 옷로비 사건, 최규선 게이트, 박주선 전 의원 수뢰 사건 등이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가 났기 때문이다.
이는 법무부가 이번 인사의 원칙 중 하나로 ‘무죄율’을 비중 있게 반영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연결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박 지청장의 탈락에 대해 공안부 출신들은 물론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들을 인지수사해 무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특수부 출신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