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체 이용가’ 모바일 콘텐츠에 음란물이 넘쳐나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 ||
단속의 칼날이 ‘18세 이상 이용가’로 구분된 성인 콘텐츠에 집중되는 사이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전체 이용가’ 콘텐츠가 음란물로 오염되고 있었던 것. 미성년자 이용 가능 등급으로 구분된 콘텐츠가 얼마나 음란성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요신문> 취재진이 실제 확인한 모바일 서비스에 넘쳐나는 ‘전체 이용가’ 등급 음란물의 실태는 놀라웠다.
인터넷에 이어 모바일 역시 음란물의 소굴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동통신사(이통사)의 ‘야한 소설’(야설)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근친상간, 직장 내 성폭력, 불륜, 성도착 등 변태적 소재가 넘쳐나고 노골적 표현이 심각한 수준임이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개 이통사와 CP 업체 임직원 50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런데 최근 <일요신문>에 충격적인 제보가 들어왔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성인 콘텐츠물이 아니라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되고 있는 ‘전체 이용가’ 콘텐츠”라는 고발이었다.
SKT, KTF, LGT 등 이통 3사의 모바일 서비스 가운데 성인 영역으로 구분되지 않은 사진 콘텐츠는 모두 ‘전체 이용가’로 청소년의 접속이 가능하다. 별도의 성인 인증 등 청소년 접근에 대한 보호책이 전혀 없는 것. 그런데 실제 제목을 살펴보면 어지간한 성인물보다 더욱 자극적인 게 상당수다.
‘여체대 합숙소 엿보기’라는 사진 메뉴를 들여다보면 세부 콘텐츠 제목이 하나 같이 자극적이다. 예를 들어 ‘욕실에서 장난치는 체대생’ ‘살짝 엿보는 숙소생활’ 등이 그렇다. 또한 ‘특급호텔 섹시알바’라는 사진 메뉴 역시 ‘헉! 이렇게 크다니’ ‘사장님 왜 이러세요’ ‘오늘 밤이 마지막 20살’ ‘살짝만 보여줄게’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 등의 자극적인 제목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일 보는 중 훔쳐보기’ ‘문틈으로 보이는’ ‘그녀들의 속사정’ ‘헉 너무 심했나’ 등 관음증을 자극하는 제목들도 눈에 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성인들에게도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권장하는 수준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청소년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제목만 그럴 뿐 막상 제목을 클릭해 들어가 보면 엉뚱한 사진들만 나오는 경우다. 이것도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과대 허위 광고에도 해당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중에 청소년에게는 적합지 않은 문제가 될 사진도 간혹 발견되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어디로까지 발전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핵심은 무선 인터넷 망 개방에 있다. KTF 관계자는 “이통사가 무선 인터넷 망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CP 업체들이 이통사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이유로 망을 개방해 CP업체들의 피해를 줄이려 한 건데 오히려 이런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SKT 관계자는 시스템 상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CP 업체들이 애초 제안서에서 밝힌 제목과 전혀 다른 제목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관리가 소홀한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는 더욱 음란한 제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아침 무렵 제목을 다시 바꾸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CP 업체들이 직접 모바일 콘텐츠의 제목을 바꿀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 SKT에선 이런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CP 업체에서 직접 제목을 바꿀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인 콘텐츠의 경우 자칫 음란성이 조장될 수 있어 마스터 CP가 별도의 심의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전체 이용가’ 콘텐츠의 경우 심의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런 구조적 한계를 비집고 청소년의 접근이 가능한 ‘전체 이용가’ 사진 콘텐츠에 음란물들이 들어온 것이다. 또한 동영상의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고 있지만 사진의 경우 별도의 심의 관련 조직이나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
이통사 관계자들은 음란성의 모든 책임을 CP 업체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에 대해 CP 업체 관계자들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하소연했다. 취재에 응한 한 CP 업체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각종 자체 심의 기준을 제시하며 이를 준수하라고 지침을 내려 보내고 있다”면서 “다만 이통사에서 제시하는 매출 목표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모바일 콘텐츠의 모니터링을 해온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이미 여러 차례 이 부분을 지적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해 하반기 모니터링 보고서에 의하면 “‘혼자 애무하는 여자’ ‘대담 현주 찢어진 ☆ 속옷 사이로’ 등이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전체 이용가’ 서비스의 제목들이다. 실제 내용과는 상관없이 선정적인 제목들로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을 현혹시켜 접속하거나 다운로드 받게 한다”고 적시하고 한다.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규 씨는 “모니터링 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있으나 성인물 콘텐츠 가운데 워낙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아 ‘전체 이용가’ 사진 콘텐츠의 경우 논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모바일 관련 심의를 담당하는 심의 2팀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벌여 제목의 음란성 관련 사례가 많다는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통사, CP 업체들에게 자체적인 개선을 권고했으며 자율규제협의회를 구성해 제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개편 권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 콘텐츠의 개선은 잘 되지 않는 형편이다. 결국 청소년들은 넘쳐나는 음란물에 오염돼 가고 있고 늘어가는 통신비용은 고스란히 부모들의 몫으로 떠안겨 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