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범한 주부였던 A 씨가 성매매에 뛰어든 것은 1년 전부터였다. 당시 A 씨는 남편과 별거를 하면서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에 대한 양육부담이 컸다고 한다. 떨어져 사는 남편은 벌이가 신통치 않아 생활비나 교육비도 보태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A 씨는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벌어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A 씨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전화방 카운터 일을 보게 됐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자기 자신이 성매매의 늪에 빠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전화방 카운터에서 A 씨는 남성들이 여성과 통화를 하기 위해 시간당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정도의 회비를 서슴없이 내는 것을 보았다. 또 전화통화를 하던 여성이 조건만 맞으면 돈을 받고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던 A 씨에게는 솔깃한 일거리였다. 내심 갈등도 있었지만 멀리 있는 도덕심보다는 당장의 생계가 급했다. 결국 A 씨는 많은 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성매매에 직접 뛰어 들었고 이때부터 평범한 가정주부와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A 씨의 이중생활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전화방을 통해 성매매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단속에 나섰던 경찰에게 꼬리를 밟히게 됐다. 전화방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경찰이 A 씨를 수상하게 여겨 뒤를 쫓다가 전화방을 통해 만난 남성과 모텔에 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검거했던 것. A 씨는 검거 당시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A 씨는 안산과 안양, 군포, 시흥 일대 30~40곳의 전화방에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준 뒤 전화방을 통해 연결된 남성들과 조건이 맞으면 인근 모텔 등에서 성관계를 맺고 화대를 챙겼다”고 밝혔다. A 씨는 주로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다가 중요한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 A 씨가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들의 휴대전화번호를 모두 꼼꼼하게 저장해놨던 것.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 상대 남성의 이름을 기재하거나 ‘안경 끼고 머리 짧음, 재수 없는’ 등의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남성의 신체적 특성과 ‘5, 7, 10’ 등 만 원 단위의 성매매 액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성격이 안 좋거나 다시 만나기 싫은 남성들이 연락할 것에 대비해 연락처와 금액을 저장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교육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년간 성매매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가 단지 학비와 생활고 때문에 성매매를 해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입장이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수백 명의 남성과 부적절한 거래를 해온 것은 ‘생계형 성매매’로 보기엔 도가 지나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찰은 A 씨를 입건한 후 약 보름 동안 휴대전화에 인적사항이 저장된 960여 명 중에서 약 290명의 상대 남성을 불러 조사했으며 이들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딱 한 남성만이 “나는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A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내용을 증거로 보여주자 곧바로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편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A 씨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960여 명의 남성 모두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들 중에서 100~200명 정도는 전화통화만 하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성관계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A 씨가 성매매를 한 남성의 수는 800명 정도로 추정된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A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화대는 5만~1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A 씨는 평균적으로 8만 원 안팎의 화대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 전화방 회비 2만 원 정도를 빼면 A 씨가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어림잡아 4800만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 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행여 가족들이 사건 내용을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는 것.
실제로 가족들은 A 씨의 범행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는 상태다. A 씨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한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자신을 뒤늦게 탓했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