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 씨의 내용증명서 | ||
K 씨와 옥시 측에 따르면 사건은 2006년 7월 옥시 측에서 데톨 이미지 촬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옥시는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한 엄마와 아들 모델이 있었으나 남아모델이 제품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스태프들의 의견을 듣고 촬영 당일 우연히 현장 인근에 있던 K 씨의 딸(당시 5세)을 ‘픽업’하게 된다.
당시 K 씨는 ‘간단히 끝나는 해외용 예비컷’이라는 말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 촬영을 승낙했다고 한다.
촬영 후 이 일에 대해 까마득히 잊고 있던 K 씨는 약 6개월 후 우연히 들른 마트에서 데톨 패키지 상품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상품의 이미지컷에 딸 사진이 박혀 있었던 것. K 씨로서는 촬영 후 옥시 측으로부터 ‘딸의 사진을 제품 이미지컷에 사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는 데다가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계약조차 한 적이 없었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K 씨는 ‘잠깐 쓰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올 설날 무렵 마트에 들른 K 씨는 여전히 딸의 사진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K 씨가 모르고 있는 사이 약 1년6개월 동안 옥시는 딸의 사진을 데톨 이미지컷으로 사용해오고 있었던 셈이었다.
우선 K 씨는 옥시 마케팅 부서에 연락을 취해 사건경위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옥시에서는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한 뒤로 연락이 없었고 K 씨가 재차 연락을 하자 ‘당시 담당자가 퇴사하고 새 담당자는 그 건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더라’며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 K 씨의 얘기다.
이에 K 씨는 윗선의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했고 결국 법무팀의 A 과장은 전 담당자 등과 접촉해 사실확인을 한 후 ‘비용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K 씨는 통보조차 없이 장기간 딸의 사진을 무단사용한 것에 대해 사장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일로 사장님의 직접 사과를 받을 수는 없다’는 게 옥시 측의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옥시 측에서는 인사파트의 B 상무가 나서 K 씨와의 조율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B 상무는 사건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도대체 그게 왜 불법이에요? 불법의 뜻을 모르겠다’는 식의 발언을 해 오히려 감정을 더 상하게 했다는 것이 K 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옥시 측의 입장은 K 씨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옥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이수의 R 변호사는 내용증명통지에 대한 답변통지 및 기자와의 통화에서 “K 씨의 승낙을 받은 후 촬영을 진행했고 모델료에 관해서도 일정부분은 양해된 상태였기 때문에 계약서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후에 별도의 통보가 없었다 할지라도) 촬영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옥시 측 답변서 | ||
A 과장은 “애초에 촬영 당시 모델료를 얘기했더니 K 씨는 ‘얼마 안될거니 됐고 앞으로 옥시에서 광고촬영할 일이 있으면 우리 애를 추천해달라’며 넘어갔다고 하더라. 돈이 지급되는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담당자가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 과장은 “사측에서 절차상 소홀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내부회의를 거쳐 시장에서 인정되는 금액(6개월에 50만 원선)을 지불하겠다고 했고 심지어 450만 원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K 씨는 사장님의 공식사과 및 45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배상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제품 모델을 사용할 때는 계약서를 작성한다. 계약서에는 모델료를 포함해 그 기간까지 명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K 씨는 옥시 측이 당시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수습에 나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딸의 사진이 인쇄된 제품을 매장에서 수거할 것과 그간 모델 사용료 및 사장의 정식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K 씨는 최악의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자사 제품 이미지컷에 들어간 모델을 두고 벌어진 옥시 측과 K 씨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