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금호아시아나 빌딩.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지난달 말 박 회장이 회사 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비자금 조성 여부 및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자금 흐름 등을 추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박 회장이 실체가 아리송한 시행사를 앞세워 부동산개발 사업을 빌미로 15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은 지난 2008년 하반기 J 업체를 시행사로 내세워 중견건설사 S 사와 개인 3인 소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땅 9만 1318㎡(2만 7624평)를 1500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J 업체는 그 해 6월 말 납입자본금 5000만 원에 주택신축판매를 목적으로 개업한 회사였다. 아파트 신축 사업을 하겠다는 명목으로 J 업체는 저축은행 3곳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계약금으로 150억 원을 S 사 측에 지급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이 J 업체의 신용 보증을 섰다.
하지만 나머지 토지대금인 1350억 원은 납부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매매 계약은 1년 뒤인 지난 2009년 해지됐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 측이 S 사로부터 150억 원을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토지매매 계약 자체가 허위일 수 있으며, S 사 경영진이 박 회장 측과 횡령 범죄를 공모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 사 김 아무개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같은 호남 출신으로 친분 관계가 있으며, 지난 2004년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SK그룹과 금호그룹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을 당시에는 박 회장과 함께 수사선상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J 업체에 대해 당시 외부감사를 맡은 D 공인회계사 감사반은 감사보고서에서 “회사는 2009년 12월 31일 종료되는 회계연도에 영업 손실이 3억 900만 원이며 당기순손실이 60억 800만 원입니다. 그리고 동일자 현재로 유동 부채가 유동 자산을 90억 3700만 원 초과하고 있으며, 총부채가 총자산을 90억 1600만 원 초과하고 자기자본은 완전 자본잠식돼 (-)90억 1600만 원입니다. 이런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됩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감사의견도 ‘부적정 의견’으로 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산업은 J 업체 지원을 위해 PF 대출 신용 보증은 물론 100억 원가량의 자금도 단기 대여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2007년 그룹의 500년 아름다운 기업을 기원하는 팽나무를 식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J 업체가 2008년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2011년 모두 변제됐는데, 대신 같은 해 금호산업이 J 업체에 대여한 자금은 266억 원으로 급증했다. J 업체는 S 사에 계약금으로 줬던 150억 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J 업체는 설립 이후 매출액이 전무했으며, 2011년에는 총부채가 총자산을 240억 원이나 초과하는 등 대형 개발 사업을 진행할 만한 능력이 없어 보였다. 검찰이 J 업체에 대해 박 회장 측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세운 유령회사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이유다.
검찰은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PF 대출을 받은 전후의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최근 인천지검에서 S 사의 분식회계 사건 자료도 이첩 받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착수 단계인 지난달 말 금호아시아나 그룹 임원과 S 사 관계자 등 5~6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출국 금지된 인사들은 당시 PF자금 대출의 주요 담당자 혹은 결재권자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박 회장은 출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관계자는 “수사팀과 그 윗선 간에 박 회장 수사를 두고 약간의 마찰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당초 수사팀은 의혹의 핵심인 박 회장도 출금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대검찰청 등 수뇌부를 거치면서 빠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총수의 혐의가 아직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금을 강행했을 경우 재계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실제 비자금이 조성됐다면 그 돈 중 일부는 정치권이나 금융권 등에 로비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검찰에서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은 박 회장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비자금 조성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회장님께서도 명예가 있고 한데 억울하다. 검찰에서 소명이 돼 밝혀지면 결백하다는 게 나오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심코 보면 마치 회장님께서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생각할까봐 걱정이다. 문제가 된 당시의 PF 대출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확인을 해 봤지만 비자금 조성한 일이 전혀 없다. 사실 무근이다. 금호산업이 시공사로 돼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로 인해 금호산업이 보증을 서면서 오히려 더 피해를 입었다. 비자금 만들었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계약금 150억 원은 S 사가 가져갔고 돌려받지 않았다. J 업체는 150억 원을 계약금으로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박삼구의 대단한 인맥 들춰보니 현정부 김기춘·조윤선과 ‘인연’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의 정ㆍ관계 인맥은 재계 대기업 총수 중에서도 화려한 쪽에 속한다. 국내 재벌들은 주로 혼인을 통해 재계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 지도층과의 인맥을 구축 한다. 박 회장도 정ㆍ관계, 법조계, 재계, 금융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거미줄 인맥을 갖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정ㆍ관계 최고위층 인사들과 적극적이고 끈끈한 인맥을 형성해 오며 그룹의 각종 행사에 이들 인사들을 초청, 자신의 세를 과시해 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에 나와 있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의 임원 명단을 살펴보면 박 회장의 넓은 인맥을 새삼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임인택 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도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 전 총장(1943년 생)은 박 회장(1945년 생)의 연세대 경제학과 동문으로 같은 해인 1967년 졸업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1956년 생)도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정 전 총장이 경제학과 교수 시절 학교를 다녔다. 즉 정 전 총장과 서 장관은 사제지간이다.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항공사에 대해 관리ㆍ감독권을 갖고 있는 정부 부처다. 금호아트홀, 금호미술관 등을 운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문화재단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전ㆍ현직 이사진은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다. 박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재단법인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이 이사진에 포진해 있다. 또한 이홍구 전 총리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사를 지냈다. 특히 조 수석은 지난해 3월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직 겸직 문제를 지적받자 일주일 만에 이사직을 사임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워낙 발이 넓으시기 때문에 친분은 여기저기 많다. 여기저기 두루두루 알고 있으셔서 어느 정도 분들을 만나고 다니시는지는 알 수 없고, 연결 고리도 모른다”고 말했다. [호] |
산업은행 인맥도 ‘빵빵’ 주채권은행 왠지 관대하더라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4월 금유석유화학이 제기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박 회장 감싸기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분도 없는 데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재 선임된 것은 묵인하면서도 2대주주인 금호석화 측에는 지분을 팔라고 압박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비슷한 처지의 STX그룹이나 동부그룹에 비해 유독 관대한 처분을 해 왔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지난 2일 동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에 대해 “9개 채권기관이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모두 찬성 의사를 표함에 따라 정상화 방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100대 1로 차등 감자해 김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동부 그룹 측은 부실규모가 과거 STX조선해양, 금호산업 등과 같이 크지 않고 분식회계가 발견된 것도 아닌데 100 대 1 차등감자를 적용하고 우선매수권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이어 온 탓에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 회장 측에 관대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박 회장의 장인이자 산업은행 총재를 지냈던 고 이정환 전 재무부 장관은 금호석화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것을 비롯,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사외이사로, 정영의 전 산업은행 총재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성근 전 산은캐피탈 사장도 이 회사 사외이사에 재직하고 있으며, 그룹의 IT서비스 업체 금호IDT의 대표이사 황선복 사장도 산업은행 비서실장 출신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은 더 많은 손실과 피해를 끼쳤음에도 동부나 STX와 달리 채권단에 담보를 제공하고 사재를 출연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워크아웃 이후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박 회장에 대해 보여 준 여러 차례의 관대한 처분들에 대해서는 양측의 끈끈한 관계가 바탕이 됐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박 회장의 경우 선산까지 팔아서 사재 출연을 했을 정도로 채권단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점이 다른 그룹들과 다르다. 박 회장은 감자될 줄 알면서도 사재 3300억 원을 출연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채권 금융기관들에서도 관리 차원에서 직원들을 기업들에 파견하는 형편이고, 전직의 경우에도 전관예우는 없다. 금호석화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요구는 이미 금호석화가 자율협약에 들어갈 때 서로 합의한 것이다”고 말했다.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