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납치로 생각했던 이 사건은 경찰의 조사결과 뜻밖에도 가출한 소녀들을 납치, 성매매를 강요해온 상습범들의 소행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검거된 일당 중 한 명은 박 양과 비슷한 또래의 여고생이었고 도피 중인 나머지 피의자 2명도 10대 소녀들이라 “또래들끼리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경찰도 혀를 내둘렀다.
박 양이 김 씨 일당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였다. 김 씨는 채팅 중 박 양이 가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숙식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며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유인했다. 가출한 상태였던 박 양에게 김 씨의 제안은 솔깃할 수밖에 없는 노릇. 김 씨를 만나고 나서야 박 양은 자신이 속은 것을 알았다. 박 양을 여관에 가둔 김 씨가 제안한 ‘일자리’는 다름 아닌 성매매였던 것. 그러나 감금된 박 양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들 일당은 자신들의 범행이 들킬 것을 우려해 2~3일에 한 번꼴로 여관을 옮겨가며 생활했다. 박 양과 이 양은 줄곧 여고 중퇴생 3명과 한 방에서 지내며 감시를 받았다. 성 매수자를 알선하는 것도 이 여고 중퇴생 3명이 도맡아 했다. 이들이 PC방에서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할 남자를 물색한 후 장소를 알려주면 김 씨 일행은 박 양과 이 양을 거기로 데려가 성매매를 강요했다. 물론 화대는 모두 가로챘다.
박 양은 성매매를 하러온 남자들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조사에서 박 양은 “항상 그들이 감시하고 있었고 (성매매가) 끝날 때까지 남자들이 밑에 차를 대기시켜 놓는 등 언제든 올라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서워서 누구에게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 양은 자신을 감시하던 일당이 잠든 사이 몰래 방을 빠져나와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시간도 그리 길지는 못했다. 자신이 평소 사용하던 아이디로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것이 화근이었다.
박 양이 채팅방에 접속한 것을 확인한 김 씨 일행은 생소한 주민번호를 이용, 다시 한 번 박 양에게 접근했다. 박 양은 “밥을 사 줄 테니 한 번 보자”는 김 씨의 말에 너무 쉽게 넘어가고 말았다. 박 양은 김 씨에게 자신이 있던 PC방의 위치를 알려줬고 결국 다시 감금당해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그러다 이번에 한 남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구출됐던 것. 박 양 일행이 첫 감금된지 15일 만이었다.
범행에 가담했던 김 아무개 양(17·중학중퇴)은 “우리도 피해자다. 박 양이 당했던 것처럼 우리도 (김 씨에게) 당했고 김 씨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진술을 인정받아 불구속 입건됐다. 나머지 피의자 여고생 한 명은 지난 15일 검거돼 “강압에 의한 가담”을 인정받아 ‘귀가조치’됐다. 또다른 여고생 용의자 한 명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