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들이 모인 촛불집회 자리에서 연달아 터져나오는 구호도 화제다. 시민들은 “미친소, 너나 실컷 드세요” “국민을 다 죽일 셈이냐” “경제는 고사하고 목숨만 살려줘”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에선 ‘안전성’을 강조하는 정부 측과 ‘위험성’을 알리는 야당의원들의 논쟁이 쏟아졌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SRM(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쇠고기는 날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설명했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정책 책임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어보고 국민들에게 먹으라는 것은 잘못”이라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지적에 “정부종합청사 식당에도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탕을 올릴 용의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한마디씩 거들었다. 심재철 의원은 광우병 원인물질이 SRM에만 있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위험부분만 제거하면 먹어도 된다며 “광우병 소로 등심스테이크 만들어 먹어도 절대 안전하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 발언 이후 차영 민주당 대변인이 “심재철 의원의 입이 공포스럽다. 국민 불안을 호도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하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자 6시간 만에 “‘절대 안전하다’고 했던 말 중 ‘절대’는 무심코 나온 말”이라며 “‘절대’는 삭제한다”고 번복하는 등 나름대로 후폭풍을 경계했지만 인터넷에선 ‘심재철 괴담’까지 떠도는 등 만만치 않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4월 22일 농림수산식품부 민동석 차관보의 비유적 설명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평화방송의 한 시사프로에 출연해서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가 독을 제거하고 복을 안전하게 먹는 것과 같다”며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설명했다. 이에 시사평론가 진중권 교수는 “복요리에는 면허가 있지만 광우병 소 해체에 면허증이 있다는 것은 못 들어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교수는 또 “지금 대한민국의 두뇌가 광우병에 걸린 소 두뇌 같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광우병 괴담을 언급하면서 “안티MB세력이 광우병을 이용하고 있다”고 배후설을 거론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과 정 장관의 문답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같은 당 한광원 의원과 공방을 벌이던 정운천 장관이 “250만 명의 미국 교포들 중 한 분이라도 광우병 환자가 나왔으면 증거가 되는데 없지 않느냐”고 말하자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그럼 장관은 30개월된 쇠고기 먹어요. 내가 빚을 내서라도 사줄 테니까”라고 비아냥대자 언짢아진 정 장관은 “예. 많이 먹겠습니다”라고 응수.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쇠고기 안전성을 강조한 일간지 광고도 도마에 올랐다. 통합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미농무부 서울 출장소인 줄 알았다. 경축이라고 쓰지 그러냐”고 비꼬았던 것.
광우병 논쟁이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낮 청와대 춘추관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가진 ‘깜짝 오찬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쇠고기도 한번 드시죠”라고 권유하자 “(미국산) 쇠고기를 내가 먼저 먹어야 할까봐”라고 말한 것. 이 대통령은 이어 작심한 듯 “어느 나라가 자기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해로운 고기를 사다 먹이겠느냐”며 “국민 건강이 당연히 최우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