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앞으로 화상채팅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상채팅을 이용 신종 도박 문화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어 당국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일명 ‘캠블링’(캠+갬블링)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서비스는 IT업종에 종사하는 일부 벤처 갑부들을 중심으로 은밀히 번지고 있는데 하룻밤에 수천만 원이 오가는 등 신종 온라인 도박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 이곳은 여느 IT 벤처 기업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한 가지 눈에 띄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는 것. 카메라 렌즈 앞에는 카드를 걸어놓을 수 있는 플라스틱 받침대들이 놓여 있다. 사무실 한가운데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져 있고 모든 카메라들이 탁자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여있다. 바로 매일 밤 캠블링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이들은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을 모아 매일 저녁 ‘판’을 벌인다. 정해진 시간에 일정수 이상의 손님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비로소 게임이 시작된다.
주로 애용되는 종목은 ‘도리짓고 땡’이나 ‘세븐포커’. 최근에는 카메라의 특성을 이용한 ‘물방개 경주’도 종종 애용되고 있다고 한다.
‘도리짓고 땡’의 경우 딜러가 나눠준 자신의 패를 화면에서 확인한 후 사이트를 통해 베팅한다. 베팅 금액은 기본이 10만 원 단위. 그러나 소위 레이스가 한번 벌어지면 한 판에 1000만 원짜리 판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 경험자의 설명이다. 판돈에서 10%가량은 하우스비 조로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도박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아무리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도박판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도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이 실시간인지 불안감이 들 수도 있다. 때문에 이곳 운영자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참석자들이 채팅창에 입력한 말을 손으로 받아 적어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이곳 사무실의 위치 또한 도박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정도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편이다. 다만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매달 장소를 옮기는 것이 기존 도박사이트하고는 다르다.
한때 이곳 운영자를 맡은 A 씨에 따르면 캠블링은 과거 화상채팅 사이트 운영자나 이와 관련된 전문인력들이 부업삼아 차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3초의 지연도 용납할 수 없는 실시간 도박 특성상 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기술이 좋지 않으면 손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최소 1초 미만의 스트리밍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IT 인력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주로 이곳에서 도박을 즐기는 사람은 벤처 기업을 운영하며 거액의 투자를 통해 순식간에 갑부가 된 30~40대 CEO들. 이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신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캠블링은 큰돈을 걸고 도박을 해도 정작 자신이 단속에 걸릴 위험성은 적은 데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편하게 도박을 즐길 수 있어 갈수록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캠블링이 각광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조작이 없다는 시각 때문이다. 일반적인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조작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특히 무허가 도박 사이트의 경우는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존재해 수백만 원대에 거래된다고 한다. 반면 화상채팅의 경우 패가 눈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자들이 계속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방송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작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듯 신뢰성과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캠블링’방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A 씨는 이곳도 도박판인 만큼 엄연히 속임수는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가령 이미 주어진 패를 바꿔치기하거나 상대방 패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딜러가 미리 순서가 조작돼 있는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짜고 치는 사람에게 패를 몰아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물방개경주의 경우 큰 판에서는 물방개가 좋아하는 먹이를 목적지에 발라두는 일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A 씨는 이 세상 모든 도박이 사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캠블링 역시 100% 믿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곳에서 한 달 만에 약 800만 원을 잃었다고 고백한 B 씨 역시 “캠블링은 일반 도박 사이트와 달리 판돈이 큰 데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도박을 하다보니 일반 하우스에 비해 위화감이 적어 더욱 빠지기 쉽다”며 “한때 1000만 원가량을 딴 적도 있지만 계속 할 경우 높은 하우스비로 인해 대부분 돈을 잃는다”고 밝혔다.
얼마전 경찰은 캠블링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쳐 몇 곳을 적발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적발된 곳은 극히 일부일 뿐 아직도 많은 수의 캠블링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돈을 많이 잃은 사람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장기간 준비해 표적단속을 하지 않는 한 걸릴 염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시로 장소를 옮기는 데다가 인터넷을 통해 사이트 주소나 이름을 홍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 도박 범죄 전문가는 “도박은 언제나 그 시대상에 맞게 변모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21세기 성장동력인 IT기술이 도박에까지 이용되는 것은 참 아이로니컬한 일”라고 밝혔다.
봉성창 경향게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