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큼한 어른들 게시판에 도사려
이러한 가출 카페가 청소년들만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성인들이 카페를 찾는 것은 대부분 ‘성매매’가 목적. 돈도 없고 잘 데도 없는 청소년들에게 “먹여주고 재워주겠다”고 유혹해 성매매를 하는 것이다. 2~3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가출 카페’. 최근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그 실태를 점검했다.
“가출 일행 구함. 17세 남자 두 명 서울에 있고요. 지금 고시텔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돈도 없고 해서 2~3명 더 구해서 방 잡고 살아봐요. 남자 여자 상관없고요. 나이는 16세부터 받아요.”
“16세 여자 두 명이고요. 돈은 없어요. 뭐 돈만 보내주시면 어디든지 가요. 지역 같은 건 상관없고요. 지금 부산이에요. 같이 일행 하실 분은 010-XXX-XXXX로 문자주세요.”
최근 들어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가출 카페’ 게시판의 내용들이다. 가출을 결심했거나 이미 가출한 청소년들이 올린 글들이다. ‘혼자’만의 가출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동행’을 구하는 건 요즘 가출 청소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출 카페에 글을 올리고 메신저 아이디나 휴대폰 번호를 적어 놓으면 ‘가출 동행’을 하고 싶은 비슷한 나이 또래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들은 문자와 메신저로 서로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게 되고 ‘뜻이 맞으면’ 함께 지낸다.
그러나 이런 것만은 아니다. 각종 사고와 사건이 얽혀든다. 우선은 일명 ‘동행 털이’가 그것. 일행인 것처럼 가장해 오프라인을 통해 만나서 가출할 때 가지고 나온 돈을 빼앗는 일을 칭한다. 그러나 단순히 금품을 노린 이러한 ‘동행 털이’는 그마나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가출한 지 한 달이 되었다는 이 아무개 군(17)은 “가출 카페에 ‘조건 없이 재워 준다’는 글을 보고 만난 남자에게 여관에 감금당하고 성폭력을 당한 여자 친구가 있었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가출 카페를 노린 ‘못된 성인’들도 있다. 일부 카페는 성인들의 가입을 제한하거나 이들이 올린 글을 바로 삭제하기도 하지만 성인 회원의 가입을 막지 않는 곳도 있다. 물론 가출 카페를 찾는 대부분의 성인들의 목적은 ‘성매매’다. 돈이 궁한 가출 청소년들은 일부 성인들이 제시하는 몇 푼의 돈에 쉽게 유혹당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가출 카페를 아예 성매매를 위한 좋은 ‘사냥터’로 여기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보건복지부가족부 청소년중앙점검단에 파견 나온 부정주 형사는 “가출 카페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성인이 올린 글을 볼 수 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면 십중팔구 청소년 성매매를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처음엔 단순히 집이 싫어서 나온 아이들이 돈이 떨어지게 되고 잠잘 곳이 없어지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에 나선다”며 “청소년들이 여럿이 함께 살면서 경쟁적으로 더 과감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출 카페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위험 노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가출 상태인 박 아무개 군(19)은 “가스충전소나 서빙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 작은 월세방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며 “범죄에 이용되는 친구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위험인물은 얼마든지 판별해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1년 전에 한 달 정도 가출했다 현재 다시 가출을 준비 중이라는 최 아무개 양(16)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같은 동성에다 동갑인 친구들과 함께 다닌다. 또 메신저로 충분히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이미 친구가 된 상태에서 만나고, 현장에서도 딱 보면 괜찮은 친구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밝혔다. 또 그는 “성인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끊어버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소년상담 전문가들은 “가출을 하면 아이들이 너무 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은 무전취식, 무임승차 등을 하면서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성매매뿐 아니라 다양한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며 “단속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청소년들의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술집 등 성인들이 출입하는 곳을 마음껏 들락거리는데, 이러한 곳에서는 범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게 된다”며 우려를 했다.
가출 카페는 작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여러 청소년 쉼터 역시 가출 카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청소년 센터들은 가출 카페를 통해 쉼터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카페 자체가 가출 청소년들의 쉼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출 일기’ ‘고민 상담’ ‘부모님께 드리는 글’ 등에 자신의 현재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이들의 심경 고백을 살펴보면 가출 동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즉 청소년 가출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가출 카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청소년상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가출을 결심하는 이유는 대부분 학교나 친구, 부모와의 문제를 가정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며 “가출을 한 번 해보면 집에 있을 때보다 밖에서 노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가출’을 검색하면 수많은 가출 카페가 등장한다. 잠시 생겼다 없어지는 카페를 제외해도 50여 개의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가출 카페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활성화된다고. 회원수가 1000명인 카페가 있을 정도다.
‘가출’이라는 단어 자체가 금칙어가 되기 힘들어 가출 카페에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막연히 가출을 생각하고 인터넷에 가출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는데, ‘가출 동행’을 구하는 또래들이 많다는걸 알고 결국 집을 나가는 일을 감행하는 것이다. 청소년상담센터 측은 가출 청소년 수가 전국에 10만 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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