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A 회장은 지난 90년대 초반 부인과 사별했다. 이후 지난 90년대 후반 B 씨와 만나 재혼했다.
당시 A 회장의 결혼은 두 사람의 나이차 때문에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정작 관심을 끈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유명 기업의 회장이 재혼 상대로 선택한 B 씨가 지극히 평범한 집안 출신이었던 데다 애가 딸린 ‘이혼녀’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A 회장 집안에서는 당시 A 회장과 B 씨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B 씨는 각서 한 장으로 이러한 A 회장 집안의 분위기를 잠재웠다고 한다. 당시 B 씨는 “이혼 혹은 다른 이유로 A 회장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돈은 단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들고와 A 회장 집안에 내밀었다는 것. 물론 이 각서는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이들의 결혼준비는 막힘 없이 진행됐고 A 회장과 B 씨는 만난 지 1년도 채 안돼 결혼을 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결혼이 또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B 씨와 관련된 석연찮은 얘기들이 뒤늦게 알려져 여기저기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기 때문. ‘각서까지 들고와 A 회장 일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B 씨가 당시 멀쩡하게 남편과 잘 살고 있던 유부녀였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다.
지인들이 전하는 당시의 상황은 이렇다. B 씨가 A 회장을 만나게 된 것은 그의 친언니인 C 씨에 의해서다. C 씨는 A 회장이 유학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던 J 씨와 평소 친분을 가지고 있던 사이였다. 어느 날 J 씨가 “친구가 사별 후 오랜 시간 홀로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재취상대를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했고 C 씨는 다른 사람을 제쳐두고 자신의 동생 B 씨를 A 회장에게 ‘이혼녀’라며 소개시켜줬다고 한다.
하지만 B 씨의 지인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당시 B 씨는 엄연히 ‘유부녀’였다. 이 결혼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한 지인에 따르면 B 씨가 A 회장과 만나기 시작한 시점은 결혼하기 1년 전부터였고 B 씨가 A 회장에게 결혼을 다짐받은 것은 두 달 뒤였다고 한다. 그리고 B 씨가 전 남편과 이혼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 B 씨가 자신을 ‘이혼녀’라고 소개하며 A 회장을 만났던 시점에는 버젓이 전 남편과 함께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B 씨는 A 회장이 결혼에 대한 확답을 주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B 씨가 남편에게는 “일을 하는 곳이 언니 집과 가까우니 그곳에서 잠시 지내겠다”고 설명했다는 것. 이후 B 씨의 가족 중 한 명이 A 회장을 만나 ‘B 씨와 결혼을 하겠다’는 확답을 받아오자 그제야 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B 씨의 전 남편은 마음이 떠난 B 씨를 더이상 붙잡기 힘들다고 보고 이혼해줬다고 한다.
한편 A 회장은 B 씨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끝까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엔 이 같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벌인 B 씨와 그 가족들의 치밀한 작업이 있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B 씨는 A 회장과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언니인 C 씨의 집에 자신의 딸을 데려와 살기 시작했고 A 회장에게는 “이혼하고 갈 곳이 없어 언니 집에 얹혀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결혼 확답을 받은 B 씨는 결혼 전까지 A 회장이 준 돈(1억 5000만여 원)으로 집을 얻어 생활했다고 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B 씨가 언니 집을 나와 결혼 전 거주한 곳은 자신의 원래 주소지이자 전 남편과 함께 살던 곳에서 불과 2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결혼식과 관련된 일체 비용은 A 회장이 모두 댔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현재 A 회장은 본처와의 사이에서 낳았던 자제들과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엔 B 씨의 입김이 일정한 작용을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일의 전말을 잘 아는 한 지인은 “B 씨가 자신이 데리고 간 자식에게도 A 회장의 재산을 넘겨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이 집안의 갈등을 낳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혼상대가 유부녀인 줄 모르고 결혼한 A 회장과 재산포기 각서까지 쓰고 결혼한 B 씨. 그러나 결국은 재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