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지방의회의 의정 모습으로 기사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
지방의회 의원들의 성매매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충주시의회 의원들이 해외 연수차 떠난 동남아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은 경찰 조사 결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됐지만 충주시 사회단체들은 의원들의 진술만 믿고 수사를 했다며 주민소환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의회 측은 “아가씨를 불렀지만 성관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충주시 의회 의원 역시 “숙박업소로 데려갔지만 역시 성관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지방의회 의원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난한다. 술판을 벌이고 성매매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도덕 불감증을 고발한다.
여성단체들이 결성한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구의회 의원들의 성매매를 폭로한 것은 지난 8월 19일. 여성단체 측은 “중구의회 3인이 2008년 5월 28일 명동 P 호텔에서 의장에 출마하려는 A 의원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뒤 강남구 논현동 소재 호텔 지하 룸살롱에서 양주 2병을 시키고 여자 종업원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의원들은 여자 종업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두 차례 내 보낸 뒤 세 번째 만에 여성들을 선택해서 술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의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차 비용까지 지불하고 건물 위층의 룸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 의원은 자신의 카드로 모두 219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구의원 2인이 안마시술소에 간 사실도 폭로했다. 여성단체들은 “2008년 5월 20일 목포 신안비치호텔 세미나 중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에게 여자가 있는 안마시술소로 데려가 달라고 했고 이 비용 역시 A 의원의 카드로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구의 한 의원은 자신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후 “확인해 본 결과 술자리에서 아가씨를 부른 건 사실이지만 성매매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의원들이 소주를 먹다보면 양주로 이어지고, 그러다보면 접대를 해줄 아가씨를 부를 수 있는 일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날 성매매는 없었다는 걸 당시 자리에 있었던 의원들을 통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중구의회의 의장은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장에 자신의 명의로 된 유인물을 뿌리기도 했다. 이 유인물의 내용은 “여성단체들의 주장은 모두 허위며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형사상으로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술 접대를 한 A 의원는 의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결국 200만여 원의 돈을 썼지만 성매매 의혹에 시달리면서 ‘쓴잔’을 마셔야 했던 것. 중구의회의 또 다른 한 의원은 이번 사건이 알려진 배경에 대해서 “선거에서 떨어진 의원과 가까운 사이였던 동료의원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여성단체에 고발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여성단체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B 의원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며 말을 아꼈다.
여성단체는 즉각 검찰의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의회 내에 윤리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여기 소속 의원들이 해당 의원들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징계는 힘들다”고 전한다.
시민단체들은 중구의회 사건 말고도 이러한 성매매 의혹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의 예가 충주시의회 의원들의 동남아 성매매 의혹이다. 충주시의원 9명은 지난 5월 12일부터 6박 7일간 동남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원 4명이 태국의 가라오케에서 현지 여성들과 숙박업소에 들어가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충주지역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충주경찰서도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 측은 “태국 현지까지 가서 수사를 했지만 성매매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현지 여성과 숙박업소로 들어가는 장면만 가지고는 실정법상 입건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은 경찰 수사에서 “도우미들과 술을 마시고 숙박업소까지 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관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발끈했다. 이들은 “현지 여성들에게 150달러를 주었다는 진술까지 나왔는데, 성관계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원들의 진술만 믿고 진행한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 수사에 반발해 주민소환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민소환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경우 주민의 20% 이상이 찬성하면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여 찬성표가 반을 넘으면 지방 의원은 즉시 해임된다. 충주지역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최근 서명을 받고 있으며 “성매매를 했건 안 했건 국민의 혈세로 현지 여성들과 술을 마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민소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민소환이 이뤄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충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소환 투표에 들어가면 해당 의원들이 온갖 방법으로 회유를 해 결국 과반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결국 지방의회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의원들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거나 처벌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충주시의원들의 성매매 의혹이 밝혀진 계기는 모 방송사의 취재 때문이었다. 이 방송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충주시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취재했다가 우연히 촬영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일상적으로 부정부패와 비도덕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중구의회의 한 의원은 성매매 의혹에 대한 질문에 “다행히도 그날 성매매는 없었다”고 말했다. 성매매의 유무는 차치하더라도 ‘다행스럽다’는 대답은 일부 의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