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Hi-Seoul 세계 경제인 바둑 축전’이 열린 대회장 전경. | ||
약 10년 전 에드워즈 초단은 친구가 운영하는 책방의 서가를 둘러보다가 이상한 책 한 권을 뽑아들었다. 무슨 게임에 관한 책 같았다. 바둑책이었다. 에드워즈는 낯선 게임에 빠져 버렸고, 우연히 알게 된 비써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었다.
‘2008 Hi-Seoul 세계 경제인 바둑 축전’이 9월 22~27일 5박6일 동안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한국 바둑의 세계화, 바둑의 세계 교류를 통한 국제우의 증진을 기치로 2006년 8월 창립된 사단법인 세계바둑교류협회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대회 경비를 후원했다.
의미 있는 대회였다. 바둑 잘 두는 사람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어 보고 헤어지는 대회가 아니라 바둑으로 인사를 나누면서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것. 이를테면 바둑대회의 특화다. 바둑사상 처음이다.
대회 준비 때에는 한-중-일-대만 등 전통적 바둑 강국 말고,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미주 등지에 바둑도 알면서 규모 있는 사업을 하거나 회사에 다니는 경제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있었지만 상상 외로 세계 26개 나라에서 90명이 참가했으니 첫 대회치고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은 바둑이 그래도 제법 보급된 나라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아시아의 태국 필리핀 카자흐스탄, 유럽의 스웨덴 벨기에 스페인 폴란드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중미의 과테말라 등지의 경제인 바둑 애호가들이, 더구나 기존의 세계대회들처럼 비행기 표를 대주는 것도 아니고 자비로 한국까지 날아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물론 숙식 관광 사업설명회 비용 등은 주최 측에서 제공했다.
참가자 중에는 위에서 소개한 남아공의 두 기객 말고도 재미있는 기객이 많았다. 스페인의 안드레스 타요스 초단(36)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전자바둑판을 들고 참가했다. 그의 나무 바둑판 안에 프로그램 칩을 장착해 만든 그의 전자바둑판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었다. 온라인 대국 때 컴퓨터 모니터와 전자바둑판을 연결하면 자신과 상대방의 착수가 나무 바둑판 위에 나타나는 것이 그 중 하나. 타요스 자신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아무래도 한-중-일의 바둑인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찾아왔다는 것.
남아공의 에드워즈와 과테말라의 엑토르 엔리케 파즈 카스티요(50·2단)라는 긴 이름의 기객은 축전 후 곧장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마인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고, 그게 끝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대회’에 출전하는 벅찬 일정을 세워 놓고 있다. 1년의 4분의 1을 머나먼 극동 아시아에서 작심하고 바둑과 함께 지내다 돌아가는 셈이다. 하긴 남아공도 그렇지만 과테말라에서도 여기까지 오려면 30시간 정도는 비행기나 공항에서 보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니 한 번 오면 오래 머물며 바둑에 빠져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