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침사 자격증을 가진 구당 김남수 옹의 뜸 진료 행위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하지만 한의사들은 “무자격·무면허 침구사들이 진료를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해치는 일”이라며 “이번 자격정지 처분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김 옹의 친일 행적과 한의원보다 훨씬 높은 진료비, 무면허 침구사들의 양산 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김 옹의 자격정지 처분을 둘러싼 한의사와 침구사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구당 김남수 옹은 KBS 1TV 추석특집 다큐멘터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프로그램이 높은 관심을 끌면서 그의 저서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도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김 옹은 1943년에 ‘남수침술원’을 열고 65년간 의술을 펴온 인물이다. 특히 ‘화상침’으로 화상을 치료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줬으며 전국을 돌며 봉사 진료를 펴는 등 선행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런 김 옹이 현재 진료를 못하고 있다. 침구 치료가 유명세를 타면서 그의 진료와 치료가 현행 의료법 위반이라는 익명의 제보가 보건복지부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김 옹이 침사 자격은 있지만 뜸 치료 자격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민원 제기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45일간의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김 옹을 비롯한 침구사들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홍릉 사거리에 위치한 남수침술원에서 만난 김 옹은 “뜸 치료 자격이 없다고 침 치료까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65년간 침사 자격으로 뜸 치료를 해왔는데 왜 이제 와서 행정처분을 내리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김 옹의 진료 중단에 대해 각계에서 반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들은 “전통적인 민간 의술에 대해 의료법을 적용해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도가 지나친 행위”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보와 고발이 있었다. 이번 제보자도 침과 뜸으로 치료하는 데 불만이 많은 한의사들 중 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김남수 옹이 자격정지를 받은 건 협회와는 무관한 일”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사들이 침뜸 치료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은 특히 “무자격, 무면허 침구사들의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침구사들은 40여 명. 이들은 모두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에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다. 이후에는 침구사 제도 자체가 폐지되었고 한의사 자격 제도만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침사’ 자격만 인정하고 있고 뜸 치료인 ‘구사’ 자격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한의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한의대 6년, 인턴, 레지던트 4년 등 총 10년 동안 수련을 해야 한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침이나 뜸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 행위이기 때문에 그만큼 오랜 수련이 필요한데, 김남수 옹은 이를 무시하고 무자격, 무면허 침구사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간자격을 가진 침구사들의 활동은 분명 현행 의료법 위반이다. 무면허, 무자격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질 일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옹은 의견을 달리한다. 지금까지 4000여 명의 제자를 키워냈다는 그는 “아직까지 단 한 건의 의료사고도 없었고 진료비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을 받은 수강생 중에는 전직 장관, 국회의원, 심지어는 의사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침구 치료 대신 비싼 약 처방만을 하는 한의사가 무슨 의사냐”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이에 대해 “예전에는 한의사들이 약을 주로 처방했던 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며 “요즘은 약과 침의 비율이 거의 비슷해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맞받아쳤다.
김 옹은 한 번 진료를 할 때 5만 원을 진료비로 받는다. 이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한의원에서의 침 진료 수가는 1만 5000원 정도이고 그나마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몇 천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옹은 “한의사들이 침구 대신 약을 주로 쓰는 이유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해서 침구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의 침구사는 진료비로 50달러 이상을 받고 있고 일본은 1만 엔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침구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제도화된 것은 일제 시대였다. 김 옹도 이때 자격을 취득했다. 이런 점 때문에 “강압적인 전통의학 말살정책에 대해 조선 민중들의 저항이 거셀 당시 일제가 제공한 침구 면허를 취득했다는 건 친일행위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옹은 “징용에 끌려 나가는 대신 침으로 진료를 해준 것을 두고 친일행적 운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침구사협회 관계자 역시 “조선 세종 때부터 한의사와 침구사는 분리돼 왔었는데 일제 시대에 제도화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옹은 자격정지가 끝나는 11월 16일부터 진료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하지만 문제가 된 뜸 치료는 계속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침구사 제도의 부활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침과 뜸 치료는 싸고 효능이 뛰어난 치료로 오랫동안 국민들과 함께한 전통의학이다”며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침구사들이 인정받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