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베이징 ‘마인드 스포츠’ 대회장에서 체스, 바둑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 ||
베이징 대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는 위의 세 가지 외에 ‘체커’와 ‘브리지’가 있어 모두 5종목이다. 말하자면 두뇌 올림픽인 셈이다. 체커는 체스를 조금 쉽게 변형한 게임이므로 그렇다 치고, 브리지는 카드 게임의 일종이어서 ‘보드 게임’의 ‘보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게임의 성격이나 격조가 바둑 장기 체스와 엇비슷한 면이 있어서인지 아무튼 채택됐다.
베이징 대회의 금메달은 모두 35개. 체스 10개, 브리지 9개, 바둑 6개, 그리고 체커와 중국장기가 각 5개다. 장기는 한국 일본 중국의 것이 다 다르다. 참가 인원은 약 3000명으로 전 세계 143개국에서 출전했다.
보드 게임이라고 하면 바둑이 무조건 제일이고 최고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메달 수가 참가자 숫자에 비례하는 것이라면 바둑은 체스 브리지 다음이다. 게다가 체커는 신생 종목이고 중국 장기는 ‘중국’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이니 이 두 종목을 제외하면 바둑은 셋 중에서는 꼴찌인 것. 베이징 대회는 바둑을 되돌아보게 한다.
바둑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둑계 내부의 소리다. 기원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는 거다. 기원엘 가보면 젊은 사람은 가물에 콩 나듯 구경하기 힘들고 거의 중년 이상, 그것도 은퇴한 노년층이 많다. 지금 일본 바둑계가 사양길인 것처럼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래도 어린이 바둑교실이 희망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란다. 전국적으로 바둑교실 숫자가 한창일 때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는 것. 젊은 사람들이 바둑을 두지 않는 데다가 지금 어린이들마저 바둑을 모르는 채 자라고 있는데 바둑의 미래가 어찌 밝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수긍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위의 것들만 놓고 바둑의 미래를 예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바둑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기원이나 바둑교실과는 다른 마당에서, 다른 각도의 논의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의 중심에는 얼마 전까지 한국 바둑을 총괄했던 한국기원과 몇 년 전 한국 바둑의 새로운 대표기관으로 자임하고 나선 대한바둑협회라는 단체가 있고, 프로기사라는 ‘개인적 집단’도 있다.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동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이 종횡으로 교차하면서 만들어 내는 논의의 마당에는 ‘바둑의 체육화’라는 요상한 술어가 마치 시대의 화두인 양 따라다니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한국 바둑의 문제점과 이들이 제시하는 한국 바둑 미래의 청사진은 서로 얽혀 있어, 처음부터 종합적인 논의의 실마리를 찾아 풀어나가기는 어렵다. 각각의 얘기를 따로 하면서 그걸 나중에 묶어 전체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 보자.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