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9단이 객관적 전력에선 앞서지만 강 8단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이 9단을 가로막곤 했다. 1 대 1 대결에서는 객관적 전력보다 상대 전적이 흥미있는 것.
<1도> 중반의 막바지 장면. 흑1로 지키기를 기다려 백2로 석 점을 살려나오고 있는데, 이게 재앙의 씨앗이 되었다. 흑3, 5로 일단 회돌이. 백6은 흑▲ 자리에 이음. 흑7은 큰 곳. 흑9, 11은 시간 벌기 혹은 슬그머니 외곽 보강하기. 그리고 흑13, 이게 덫이었다.
<2도> 백은 3으로 이었다. 그러자 흑4. 대마의 퇴로를 끊는 비수였다. 백 대마가 함몰하는, 한편 놀랍고 한편 어처구니없는 순간이었다.
백3으로 잇는 대신 그쪽 두 점을 그냥 주어 버리고 A로 연결했으면 그만이었다. 두 점을 버려도 반면 비슷한 형세니까.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그것 참.
<1도> 흑13이 없으면 모사가 잘 안 된다. 그냥 <3도> 흑1이면 백2, 4로 여기서 한 집이 생기는 것. 흑3으로 4 자리에 두고 백3, 흑A, 백B, 흑C로 차단하는 무지막지한 수는 잘 안 된다. 백D, 흑E 다음 백F로 여길 젖히는 게 있어서.
천하에 거칠 것 없을 정도로 요즘 기세를 떨치고 있는 이 9단.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천적도 있고 껄끄러운 상대도 있고 그래야 본인도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