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김 씨 등의 혐의에 대해 국가기관 여러 곳에 진정을 해온 소액주주들은 지난 13일 검찰에 출두, 그동안 김 씨가 공동대표로 있을 때 IC코퍼레이션 측 경영진이 저지른 범죄 혐의에 대해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4일 디시인사이드와 IC코퍼레이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 자료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 현재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IC코퍼레이션 측도 19일 공시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전 대표의 횡령혐의로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당사에 대한 회계장부 등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오염방지 시설 건설업체인 IC코퍼레이션은 1972년 종합건설업체로 출발한 학산건설(주)에서 2004년 12월 인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창업투자사 넥서스 등으로부터 150억 원을 유치한 김 씨는 2006년 12월 이 업체 주식 4700만 주(28%)를 인수해 또 다른 김 아무개 씨와 함께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그 후 김 씨 등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200억 원대의 자금을 모아 인터넷 쇼핑몰 구축사업 등을 추진했다가 무산되자 올 4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피해자들은 김 씨 등이 회사 대표로 있으면서 유가증권신고서 및 사업보고서를 허위기재(역분식결산)하고 유령법인에 출자하는 수법 등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대표 김유식 등은 2006년 11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세 차례 유가증권신고서를 허위기재해서 금감원에 신고하고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수법 등으로 587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리고 10여 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에 출자 또는 금전대여를 하는 수법으로 500여 억 원의 자금을 빼돌렸고 이를 감추기 위해 사업보고서 등 각종 보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주요 사항을 누락시켰다. 그 결과 IC코퍼레이션은 2007년 당기순손실 270억 원, 2008년 반기순손실 110억 원이 발생했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1만여 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에게 돌아왔다”는 것이 피해자들이 접수한 진정서의 주요 내용이다.
현재 김 씨 등은 유령법인 출자를 통한 횡령 혐의 외에도 공시의무 위반, 이해관계자와의 거래금지 위반, 유가증권신고서 및 사업보고서 허위기재, 재무제표 허위계상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씨는 또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와는 별도로 한 소액주주에 의해 지난 10월 국세청에 탈세혐의자로 신고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혐의들이 드러날 경우 김 씨는 법적 처벌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김 씨의 혐의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한편 김 씨는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김 씨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나는 3대 주주로서 전결권이 없었다. 캐나다로 도주한 1대 주주 S 씨와 K 씨가 관련 범행을 주도했다. 얼마 전까지도 해당 관련인들은 나에게 ‘잘해보려고 그랬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 씨의 증시 입성은 처음부터 화제였다. 특히 그가 2007년 3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지지세력인 전진코리아와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그가 인수한 IC코퍼레이션은 대선 수혜주로 떠오르기도 했다. 타고난 입담과 유머감각, 시대를 꿰뚫어보는 듯한 트렌디한 감성 등으로 PC통신 시절부터 인터넷 놀이꾼으로 명성을 날리던 그가 왜 정치에 발을 디뎠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그는 “손학규 전 대표의 인간적인 면모에 끌려서 돕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스스로 “극우에 가깝다”고 말해온 그가 손학규 대표와 통합민주당을 지지한 것에 대해 당시에도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일부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김 씨가 대표로 있는 디지탈인사이드가 IC코퍼레이션을 인수한 직후 IC코퍼레이션의 주가는 3200원대까지 급등했지만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13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김 씨는 올 4월 IC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물러난 직후 가졌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외도’에 대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실감했다는 말로 그간의 심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성격은 다르지만 김 씨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씨는 지난 96년 일본에서 불법으로 음란물을 수입해 당시 PC통신 상에서 개당 3만~5만 원씩 받고 팔다가 검찰에 적발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1996년 8월 강릉 무장 잠수함 사건이 터졌을 때는 공중파 방송사들이 똑같은 내용을 방송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조작한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표한 글을 게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구속되기도 했다.
그간 정부 기관 등에 줄기차게 진정서를 내면서 IC코퍼레이션 경영진의 불법사실에 대해 주장해온 소액주주들은 이번 검찰조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주장대로 김 씨의 혐의가 드러날지 아니면 불미스러운 혐의를 벗고 ‘유식대장’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검찰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